제8회 일본·제주 신화교류전,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난 8월 한국을 백색국가(하이트라이트) 제외를 시행하면서 한국 역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최근 한일관계가 최악상태를 겪고 있다.

㈔제주문화포럼(원장 홍진숙)과 일본제주신화교류회(대표 코나다 잇키)가 주최하는 ‘제주·일본 신화교류전&어린이 신화교류전’이 지난 26일 열렸다.
㈔제주문화포럼(원장 홍진숙)과 일본제주신화교류회(대표 코나다 잇키)가 주최하는 ‘제주·일본 신화교류전&어린이 신화교류전’이 지난 26일 열렸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가지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르듯 한일 예술인들이 신화와 그림을 통해 끈끈한 인간애와 보편적 예술 감성을 나누고 있는 현장을 26일 찾았다.

㈔제주문화포럼(원장 홍진숙)과 일본제주신화교류회(대표 코나다 잇키)가 주최하는 ‘제주·일본 신화교류전&어린이 신화교류전’이 ‘신화의 기억을 나누다’를 주제로 이날 오후 4시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제8회 제주·일본 신화교류전
제8회 제주·일본 신화교류전

2년마다 서로 한국과 일본을 왕래해서 열리는 교류전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해 일본 작가 19명과 제주 작가 20명이 참여한 작품 30여 점과 양국에서 진행됐던 어린이 신화 공모전 수상작 80여 점을 선보였다.

오프닝 행사는 포럼 회원인 권미숙 소리꾼이 판소리 춘향가 이별가 中 사랑하는 이 도령과 괴로운 이별을 한 춘향이가 눈물로 범벅인 되어 집에 돌아와 꿈속에서 이도령을 만나는 구절을 멋들어지게 불러 일본작가들을 비롯해 참석한 손님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권미숙 소리꾼이 판소리 춘향가 이별가를 한 곡조하고 있다
권미숙 소리꾼이 판소리 춘향가 이별가를 한 곡조하고 있다

홍진숙 원장은 “지난 2009년 7월 일본 오사카에서 첫 ‘제주·일본 신화교류전’을 했을 때 ‘내 고향 남쪽바다’를 합창해 주실 때 눈물을 흘렸다”며 “오늘 이 자리가 양국의 어린이 그림까지 교류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일본 대표로 참석한 코나다 잇키는 “신화는 민족의 혼”이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슬픔과 고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 바로 신화이야기”라고 밝혔다.

일본 대표 코나다 잇키는 “신화는 민족의 혼”이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슬픔과 고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 바로 신화이야기”라고 밝혔다.
일본 대표 코나다 잇키는 “신화는 민족의 혼”이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슬픔과 고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 바로 신화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3번째 한국 방문인데 첫 방문 때 익숙한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 뿌듯하다”며 “한일관계도 상당히 엄격한 관계에서 이런 교류전은 의미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코나다 잇키는 “원천적인 삶에 있어 인간의 꿈이 신화로 태어난다”며 “신화를 통해 한국과 한국 사람들의 모든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인간적인 이해심을 갖고 일본 신화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영만 작가는 자신의 ‘자지명이와 잿부기 삼형제’ 작품을 설명했다.
고영만 작가는 자신의 ‘자지명이와 잿부기 삼형제’ 작품을 설명했다.

고영만 작가는 자신의 ‘자지명이와 잿부기 삼형제’ 작품에 대해 “제주의 많은 신들 중에 하늘나라 문신 임정국이 어렵게 얻은 딸이 ‘자지명’인데 15세에 중이 머리에 손길이 닿아 임신이 됐다”며 “이후에 왼쪽 겨드랑이와 오른쪽 겨드랑이, 가슴을 뚫고 나온 ‘잿부기 삼형제’가 나중에 삼영두(천문,상잔,신칼)이 되어 무조신(巫祖神)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무조신화(巫祖神話)와 신 굿과 관련된 작품으로 제주는 1만 8000여 신이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 한다.

김미령 작가는 ‘서천꽃밭’작품을 통해 “지금 현실 공간이 바로 서천꽃밭”이라며 “생명이 다한 꽃이 시들어도 그것이 다시 흙이 되어 꽃으로 피어나듯 생과 사는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미령 작가는 ‘서천꽃밭’작품을 통해 “지금 현실 공간이 바로 서천꽃밭”이라며 “생명이 다한 꽃이 시들어도 그것이 다시 흙이 되어 꽃으로 피어나듯 생과 사는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미령 작가는 ‘서천꽃밭’작품을 통해 “죽어서 가는 곳이 서천꽃밭이 아니라 지금 현실 공간이 바로 서천꽃밭”이라며 “생명이 다한 꽃이 시들어도 그것이 다시 흙이 되어 꽃으로 피어나듯 생과 사는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성란 작가 작품
김성란 작가 작품

김성란 작가도 ‘새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물·불·흙 그리고 바람 밖에 없는 제주 땅에서 신들이 빛으로 어둠을 뚫고 물로 대지를 적셔 세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작가로 참여한 김석출 씨는 ‘몬젠의 신 이야기’ 작품에서 “연못에 빠진 어머니를 위해 7형제 중 막내 몬젠의 신이 사천꽃밭의 ‘전생의 꽃’을 구해 연못에 죽은 어머니의 뼈를 모아놓고 전생의 꽃 앞에서 부채질을 해서 되살리는 신화”라고 설명했다.

고나다 잇키씨는 ‘눈내리는 이나사노하마’라는 작품에 대해 이나사노하마는 구니유즈리신화의 무대로 유명한 곳“이라며 ”시마네현 이즈모시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제주 신화 심포지엄'은 27일 제주국제교육원 4층 세미나실에서 '여신신화와 여성성'을 주제로 일본제주신화교류회 대표 코나다 잇키 화가의 '일본 신화 중 여신'과 하순애 철학박사의 '여신신화의 유형과 현대적 의미' 발표했다.

코나다 잇키 작가는 “일본의 신화는 서양의 성경과 같이 ‘하나님이 태초에 나타나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신화와 달리 우주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눈에 보이지 않는 몸을 숨긴 독신의 신들이 나타난 후에,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라는 부부신이 나타나고 일본의 국토와 신들이 태어났다”며 “일본신화의 특징으로 사체와 배설물에서도 신과 물건이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순애 박사는 “서양의 그리스 신화 세계관은 제우스 등 남신이 위세를 떨쳤지만 한국과 일본은 여신역할이 두드러져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중심이었으며 언제나 남성 신화보다 먼저였다”고 밝혔다.

하 박사는 “반면 정치적인 이유로 미신 등으로 내몰리면서 안타깝게 신화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며 “신화의 여성성으로 현대 세계에 생명감성의 회복을 통한 포용과 공감으로 문명의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일본·제주 작가 작품판매전:아름다운 기억을 나누다'도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문화공간제주아트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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