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국회 입법절차에 들어 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문제로 여야가 다시 격돌할 태세다. 싸울 필요도 없고 싸워서도 안 되는 문제를 놓고 또 이전투구를 벌일 채비들을 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공수처 법을 비롯한 검찰개혁 관련 법안 4건을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 “심사 기간이 한 달 이상 충분히 보장된 만큼 여야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사법개혁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엔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에서는 여전히 반대다. ‘좌파검찰청’이니 ‘반문보복처’니 권력의 ‘게슈타포’니 하면서 이 기구의 설치를 막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가는 국민여론이 우선 답을 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나 판검사 등의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냐는 물음에 우리 국민의 62%가 찬성을 한 반면, 반대하는 측은 34%에 불과했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대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수처가 어떤 기관인가? 아직 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판검사와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군 장성, 국회의원 등등이 법 적용 대상이다. 일반 국민과 관계없는 기껏 5-6천명의 ‘고관대작’을 상대로 하는 국가기구다.

여야가 맞붙어 사생결단으로 싸울 문제가 아니다. 개혁하자는 것이다.

공수처의 설치는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중립적으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국민적 염원이다. ‘짝퉁’선진국의 오명도 벗고 나라다운 나라 만들어 보자는 뜻도 있다. 경제는 세계10위권의 선진국인데 부패지수가 50위권에 가까운 후진국이라서 ‘짝퉁’선진국이라는 게 대한민국이다.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온당치 못하다. 독점의 폐해를 없애자는 것인데 무슨 옥상옥을 얘기 하는가. 위아래가 아닌 수평적 독립성을 갖고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현 검찰의 기소독점이 야기하고 있는 부작용과 부조리 해악을 줄여 사회전체가 ‘성역’없이 공정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 온 행태들이 어떠했는가. 국정원 부정선거개입사건과 서울시 간첩조작사건, 성완종 뇌물리스트사건, 김학의 별장스캔들, 장자연사건 등등 불법과 비리 부정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이 밥 먹듯이 재연됐다.

수사 사건의 기소율을 봐도 기가 막힌다. 조사받은 사람이 일반인인 경우 40%에 이르고 있는 반면 검찰은 0.1%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치외법권으로 자신들의 허물은 눈 감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이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법원과 검찰이 개혁돼야 대한민국은 비로소 선진국이 된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야당 일각의 반대는 물론 정치적인 셈법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 정권에 칼자루를 하나 더 쥐어주지 않겠다는 뜻일 텐데 문제는 칼자루의 주인이 현 집권세력이 아닌 국민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2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또 법 악용이 걱정된다면 법의 발효시기를 이 정권이 끝난 뒤로 미뤄도 무방하다. 수사기관을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현 검찰체제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도 우리가 주목할 대목이다. 야당의 ‘윤허’가 있어야 임명 가능한 공수처장 보다 사실상 자기 맘대로 임명 할 수 있는 현행 검찰총장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쉽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든 공수처장이든 통치수단으로 이들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 대명천지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당이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정서적 우군으로 생각했던 윤석열 체제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나라와 국민의 수준이 이미 그 선은 넘은지 오래다.

공수처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문자 그대로 기우다. 여든 야든 나라와 국민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당들이 역사 발전에 재앙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당도 무슨 비리가 많아 지레 겁을 먹은 게 아니라면 개혁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매사 반대만 하는 야당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보수층마저도 질린다는 말이 들리고 비호감 1위라는 여론조사도 나돈다.

‘미운’ 정권이 ‘나쁜’ 야당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 통렬하지 아니 한가.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