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 100년간 세계사를 통해 본 발전사적 교훈은, 한 마디로 미래로 가는 길은 어느 국가든 순탄치 않으며, 미래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여 왔다는 것이다.

세계 제2차 대전의 폐허 속에서 일어선 일본과 독일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정학적 입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세계적인 국제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경제특구 설치를 통한 외국자본 유치 등 대외개방을 추구한 중국이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세계 제2차 대전 직후 미국보다 휠씬 빠른 성장세를 보인 구소련은 9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아시아국가 중에서 상당히 발전된 경제체제를 자랑하던 필리핀의 경우도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빈국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지난 100년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발전사적 교훈은 어느 국가든 모두 불확실하고 비연속적 변화의 물결에 항상 노출되어 왔다. 다만,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으로 미래를 준비한 국가는 일류대열에 올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현실에 안주하여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2?류로 추락하여 쇠락의 길로 빠진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역의 경우에도 예외가 안 된다.

21세기의 벽두에 제주도는 과거 어느 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리면서 대내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도하라운드에 의한 WTO체제의 강화, EU갢AFTA, 한겺Ⅷ?자유무역협정의 체결 등 세계경제의 블록화, 동북아지역의 경제력 증가에 의한 동북아시대의 도래 등 대외적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따른 지방분권의 강화, 동북아 중심 국가 실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IMF 외환위기 이후 장기 지속되고 있는 지역경제의 침체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국제 경제질서에 직면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국제 경제질서는 국경이 없어지고 상품과 생산요소가 자유롭게 흐르는 등, 생산시장과 판매시장이 세계화된다.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품질이 좋은 곳에서 물품을 공급받고, 또 그런 곳에서만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노임이 싸고 기술이 우수한 지역에서만 농업 및 공업생산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감귤 중심의 1차산업과 경쟁력없는 서비스산업은 경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농업은 “보호막 없는 경쟁”에서 세계적 농민이 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제주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관광산업의 경우도 경쟁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 상품개발의 미흡 등 관광목적지로서의 경쟁력 약화가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의 21세기 미래 발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의 조성도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영종도, 송도 신도시, 김포매립지 등 수도권 서부지역을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동북아물류의 허브지역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 비즈니스중심지계획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면서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조성계획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수도권서부지역의 인천자유구역계획은 인천의 송도신도시 530만평, 영종도 3000만평, 그리고 김포매립지 3500만평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서 동북아비지니스 중심지로 집중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천광역시는 발 빠르게 국제자본을 유치하여 동북아허브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해 인천광역시는 송도신도시 530만평에 우리나라 단일 건설사업으로는 사상 최고액인 127억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이어 최근 영종도 100만평에 화교자본 20억달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인천자유구역내 영종도지구에 중국인도시의 성격을 가진 차이나시티가 건설되는데, 고급주거단지 30만평, 상업시설지구 35만평, 국제종합대학 외국인 병원 등을 유치하는 공공시설지구 35만평이 건설된다.

이외에도 부산, 광양 등이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의 허브 항만으로 건설하는 국제물류자유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의 여러 지역이 중앙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에 힘입어 국제비지니스중심지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어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개발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제주경제를 둘러싸고 엄청난 변화가 밀려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나.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초일류 농업 생산자, 기업가가 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기술개발, 품종개량 농업구조개선 등 경쟁력 기반 확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우리는 국제화, 개방화한다면서 내향적 시각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배타적 지역주의, 소승적 이기주의 그리고 획일적 가치관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여 개방적인 국제화의식을 높여 나갈 자세는 되어 있는지.

최근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겙?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김  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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