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여성과 40대 딸 3명 등 한 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녀는 한 방에서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한 달 전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에는 “하늘 나라로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들 모녀는 사기와 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엔 수천만 원의 빚을 갚지 못해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단한 삶을 내려놓은 이들의 주택 현관에는 흰색 꽃 여러 송이가 놓여 있었다. 

 제주시에서도 같은 비극이 있었다. 지난달 1일 연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가장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1층 우편함에는 대출 상환 독촉장이 꼽혀 있었다. 

 사회복지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금융정보와 연체정보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은 그런 안전망에 체크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생활고로 고생하다 방안에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일도 있었다. 지하 셋방에 살던 세 모녀는 병을 앓고 있는 데다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이들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어느 한 곳 구원의 손길을 잡을 수 없어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이 뒷모습을 추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쓴 모습이 눈물겹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무정하고 잔인한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계속 이어 지고 있다. 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스스로 얼굴이 붉어 질 수밖에 없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은 벌써 오래전에 폐기된 ‘불의’의 속담이다. 국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먹여 살리는 일 말고 무엇이 중요한 일인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허우적거렸을 그들에게 세상은 매정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한 달 동안이나 아무도 몰랐다는 것도 그렇다. 연락을 취하거나 찾아 온 이도 없었고 이웃사촌도 없었다. 언필칭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이상 아니었다. 

 문명국가라는 게 달리 있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돼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밥을 굶는 사람은 없는지, 몸이 아파도 혼자 끙끙 앓는 이웃은 없는지, 등 붙일 곳을 마련 못해 밤이슬 속에 거리에 내몰린 노숙자는 없는지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단전.단수 가구나 건강보험료 체납 세대를 점검해 보는 것도 위기 가구 발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한다. 

 무리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당위이다. 전국의 읍.면.동 관서가 인체의 말초 신경처럼 깨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 이웃사랑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고 되살리는 시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복지국가는 우리가 끝없이 추구해야 할 목표고 가치다. 고달픈 삶에 지쳐 일가족이 집단으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의 수치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