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내에서도 가장 긴 해안선을 끼고 있는 켄트(Kent) 지방은 대규모 국가공원과 람사르 습지, 해양보호구역이 고루 분포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600km에 달하는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켄트 지방에서는 바다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본 지는 이 곳에서의 해변정화활동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켄트야생보호국(Kent WildLife Trust)을 찾았다. 

켄트야생보호국은 현재 해변 정화활동 및 생태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프로젝트 ‘심해의 수호자’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켄트지방 해안으로 밀려온 해양쓰레기 모습

△ 켄트 바다를 지키는 수호자들
제주에 바다지킴이가 있다면 켄트지역에는 ‘심해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Deep)’들이 있다. 켄트야생보호국은 현재 해변 정화활동 및 생태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프로젝트 ‘심해의 수호자’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양쓰레기 문제는 해당 지자체에서 관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나 유난히 오염이 심한 구역은 켄트야생보호국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프로젝트 담당자 로라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가장 활발한 프로젝트 중 하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정기적으로 해변정화활동을 펼치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해양생물에 관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등 바다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운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관찰기록 및 보고, 각종 좌초 및 오염 사고, 불법 활동 등을 관련 당국에 보고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해변 정화활동은 연중 진행되며 정기적으로 해양 보존 협회(Marine Conservation Society)와 협력해 해양쓰레기의 종류와 출처 등을 추적하고 공식적인 기록을 남긴다. 나아가 해양쓰레기를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지역사회에 동참을 촉구한다. 담당자 조는 “약 4년 전 슈퍼마켓 비닐봉지가 해양쓰레기로 자주 발견됐고 우리는 해당 슈퍼마켓을 찾아가 비닐봉지 무상 제공을 대체할 만한 몇 가지 시스템을 제안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됐고 해양쓰레기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며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영국의 해양 정책을 살펴본 결과 자국민들 사이에서 해양보호에 대한 높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크고 작은 조직이 결성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 가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고 현실적이며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또한 지역 내 환경전문가, 관련 학과 교수, 전문의 등 다양한 영역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단위의 공공기관들은 정부정책의 말단에서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거나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 나간다. 해양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사전에 원만한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고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정부정책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영국정부의 환경정책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켄트야생보호국의 해변체험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

이밖에도 환경문제로 야기되는 구성원간의 갈등을 장기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양측의 이익을 견주거나 다투기보다는 모두에게 득이 되는 하나의 방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은다. 신뢰할 만한 데이터와 수치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긴 대화를 이어간다. 지루할 것만 같은 이 시간들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된 사항들을 적극 수용한다. 앞서 소개한 켄트야생보호국의 토지컨설팅이나 금어구역 설정 사례 등은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실천’이라는 것이라고 이들은 재차 강조하고 있다. 플라스틱 없는 애런섬의 헬렌 회장은 “개인의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우수한 프로그램이라도 개인의 의식변화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고 켄트야생보호국 로라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변화를 이끌어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바다환경을 지키기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자문하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국가정책보다 무겁고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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