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의 혁신을 주문한지 2주가 지났다. 마이동풍이란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먼저 황교안 대표가 단식으로 초점을 흐리면서 그의 주장을 일찍이 외면해 버렸다. 당내에서도 “허튼 소리 하지 말라”며 김 의원의 문제 제기를 줄곧 백안시하고 있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된 꼴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며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고 밝혔다. 보수집권 9년에 이은 탄핵과 분당 등 영욕의 시간에 대한 참회와 제언을 쏟아낸 것이다.

 남다른 용기 없이는 행하기 어려운 발언들이다. 그가 누구인가. 부산 금정에서 18-20대 총선에 당선된 3선 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중진이다. 그의 발언이 여느 의원의 그것과 달리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을 상기해 보자.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해도 자유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며 “감수성이 없으니 소통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이대로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란 말도 했다. 당원으로서는 차마 하기 힘든 쓴 소리를 쏟아냈다. 황교안 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미련 두지 말고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도 했다. 자신과 당에 대한 채찍이 통렬하다.

 당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홍준표 전 대표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이 썩은 새끼줄이었다고 판명될 날도 멀지 않았는데 아직도 집단적으로 안개 속에서 미몽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박계 대부분은 김 의원에게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하면서 당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문수 전 의원 같은 이는 김 의원이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고 못마땅해 하면서도 “한국당은 영혼이 없는 ‘골빈 당’이다. 영혼이 있으면 죽어도 살아날 수 있지만 여론과 지지율만 좇으면 금방은 살 것 같아도 영원히 죽는다”고 그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한국당의 당내 갈등이야 일반이 상관할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김 의원이 지적한 대한민국 제1야당의 ‘현주소’다. 김 의원의 지적이다. “한국당으로는 무너지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이 당을 폭파시키는 수준으로 해체해야 한다”. 내부에서 들여다 본 본인의 정당이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기에 이런 말까지 나왔는가. 그는 “도무지 구성원들의 관점이 바뀌지 않았다. 비 호감 정도가 역대 급 1위고,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데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한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당이 이렇게 된 것은 태극기 부대 등 과거 박근혜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데 그 근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비 호감’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변화와 혁신이 없이는 여든 야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보기 싫은 얼굴들이 허구한 날 텔레비전에 나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모습들 하며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무조건식의 반대, 이미 국민들도 “질렸다”는 비 호감 행태가 이대로 계속될 경우 우리 사회의 정치혐오가 무엇을 결과 시킬지 알 수 없다. 당리당략이 빤한데도 국민의 뜻이니 역사적 책무니 하면서 보다 나은 나라를 만드는데 걸림돌 노릇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김 의원의 자기반성과 참회, 결단은 그런 의미에서 평가받아 마땅할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마디를 보태고자 한다.

 존재 자체가 민폐인지 아닌지, 스스로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 봐야 할 인사는 한국당 밖에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할 성과나 업적도 없으면서 국회의원직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지역.진영 안주 형 ‘거물’들 얘기다. 중임 제한이 있는 대통령직처럼 국회의원직도 선수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염치를 모르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직이 일생의 생계형 일자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김 의원의 진단과 처방은 한국당의 문제를 넘어 우리 정치권 전체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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