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부른 법학자 3명 탄핵지지…"대통령은 물론 누구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
공화당이 택한 학자는 "탄핵조사 엉성"…트럼프, 런던에서 "웃기는 소리"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주도해온 미국 민주당은 4일(현지시간)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고 탄핵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법학자들의 진술을 생중계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하원 정보위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했다는 보고서를 채택한 데 이어 곧바로 법사위가 바통을 넘겨받아 청문회를 이어간 것이다.

    외교일정으로 나라를 비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 법사위는 이날 청문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탄핵 절차를 쉼 없이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이런 전략은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의 개회 및 폐회 발언에서도 감지됐다.

    청문회 개회 발언에서 의회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한 내들러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서는 "대통령은 탄핵 가능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런 범죄는 우리 입헌 공화국의 심장을 겨냥한다"며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헌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요청으로 참석한 법학자 4명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종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이 부른 3명의 법학자는 탄핵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버드대 법학 교수인 노아 펠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왜곡하려고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미국) 헌법 제정자들의 우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개인적 이득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이상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는 군주제나 독재자 아래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이클 게르하르트 교수도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실패하면 왕정 수립을 막는 헌법의 안전장치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물론 누구도 헌법 위에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게르하르트 교수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 탄핵감이 아니라면 탄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 법학교수 파멜라 칼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뇌물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요청으로 출석한 조지워싱턴대 조너선 털리 교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조사에 대해 "엉성하고 성급하다"면서 "현재 수준의 증거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털리 교수는 불충분한 증거로는 탄핵에 대한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탄핵을 서두른다면 국민의 절반을 뒤로 하게 된다"고 경고하고는 "충동구매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공화당은 이날 반대의견을 자주 표명하고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측 증인으로 나온 법학 교수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공화당 법사위 간사 더그 콜린스 의원이 탄핵조사 과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따지자, 칼란 교수는 "모욕적"이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을 작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 국한하지 않고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진행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방해도 포함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뮬러 특검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 일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DC를 비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 앞서 하원의 탄핵 조사에 대해 '웃기는 소리'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냐"면서 애국심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크리스마스 전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공화당이 다수석을 점한 상원에서 탄핵심판에 들어가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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