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문화원 사무국장   김    관    후

  고교시절 목청을 돋구며 응원을 하던 기억을 되살리면 빙그레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상대팀과 야구경기가 열리던 날, 목이 터지라고 응원가를  부르며 초반 수세에서 벗어나 승리의 팡파르를 울리기까지 우리들은 모두 양팔을 얼싸안았다. 지금도 후배들이 시합이 열리는 날이면 가슴을 설레며 마음은 이미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오늘날 스포츠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프로축구와 야구는 이제 종교가 된 느낌이 다. 축구선수 최진철을 향한 도민들의 환호와 열광은 어느 부흥회 목사보다 더 뜨거운 종교성을 느끼게 하고, 골프선수 송보배와 축구선수 신병호가 누리는 환호는 프로 진출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가슴 설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는 애국심과도 관계가 깊다. 몇 년 전 빙상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 때문에 한때 반미감정이 확산되어 맥도날드가 팔리지 않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산업의 규모는 이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스포츠가 현대사회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한 영역으로도 자리를 잡았으며, 소위 핑퐁 외교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하는 데에도 스포츠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에서는 소련을 비롯한 유럽 공산국가들의 선수단이 대거 참여함으로, 동서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하였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조선인민공화국이 동시에 입장하여 인류의 평화를 위한  화합과 통일의 염원을 전세계인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스포츠 뒷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축구선수를 약 2억 5천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축구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축구공 생산의 70%를 생산하는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약 3천 5백만 개를 만들어낸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축구공 생산에 동원되는 어린이들이 적게는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만드는 공 하나에 약 100원에서 150원 정도의 형편없는 급여를 받는다. 여기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5, 6세에서 시작해서 10대 중반까지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보통 하루 10∼12시간 이상 힘든 작업을 한다.

  그리고 스포츠를 우상화하여 인간을 기록과 육체 숭배의 대상으로, 그리고 상업화, 정치화의 제물로 만들기도 한다.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과 과도한 상업화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고, 이러한 스포츠의 정치화와 상업화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더욱 심각한 사회적이며 도덕적인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히틀러는 나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스포츠를 이용했으며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포츠를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는 오늘도, 스포츠를 통해서 국민 건강 증진과 민족적 일치성을 찾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종합운동장 주변에서는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운동에 열중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리고 저녁이면 스포츠 중계를 보려고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진정 스포츠 이면에 숨은 아픈 상처에 대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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