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 자격증만 6개 '일당백' 능력자
"베트남 친구에 도움제공 일의 보람
힘든 센터운영 행정지원 있었으면"

베트남 이름 ‘부티응언’ 대신 한국어 이름으로 제주살이 10년차에 접어든 배은하씨(30·제주시 영평동 거주). 그가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얻은 귀한 ‘제2의 분신’이다.

그를 지난 17일 오전 (사)다문화가정제주특별자치도협회 제주글로벌센터에서 만나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배은하씨는 제주글로벌센터에서 모든 일을 맡아 하고 있는 ‘일당백’같은 존재다. 배씨는 ‘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일을 관장하고 있다”면서 “통역 일부터 시작해 행정 업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10년전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기 된 그가 글로벌센터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7년 정도 됐단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에 베트남에서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행을 결심한 후 제주살이를 하면서 그의 인생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배씨가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은 대략 6개 정도.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취득하게 됐다고 귀뜸했다.

그는 “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인터넷 검색 등 4가지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면서 “이외에도 한국어 능력시험 자격증과 사법통역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했다. 사법통역사 자격증이 있으면 경찰서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베트남어 통역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처음 제주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이 센터를 다녔다. 그 와중에 센터 사무처장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친구들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역이 필요하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한국어 교육 등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NS’나 ‘페이스북’를 통해서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자신이 느꼈던 어려움 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한국에 온 친구들은 한국말이 서툴러서 가끔 집에서 싸움이 나거나 자신에게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한다”면서 “그때 전화로 연락이 오고 그럼 달려가 도와준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1년간 한국어 수업을 받았다는 그의 언어실력은 출중했다. 일을 통해 만난 많은 한국인들, 가정에서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습득했다고 전했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은 단순히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수다만은 아니다. 색다른 경험이다. 많은 사람과의 교류 속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한국행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행이 내게 맞는 것인지’ ‘이 선택이 잘 한 일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의사소통이 안되고 문화적 차이가 있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괜찮았다”면서 “특히 센터를 다니며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삶에 있어서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친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 일의 장점으로 꼽았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그에게는 긍정의 ‘주문’과 같다. 그리고 배울려는 의지도 남다르다.
그는 에피소드 한가지를 소개해줬다.

“센터에 컴퓨터를 잘하는 언니가 있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언니만큼만 컴퓨터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위치에 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을 대한다. 노력한 만큼 그 댓가는 반드시 돌아오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글로벌센터가 위탁기관이 아니라서 재정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운영이 힘들다. 행정기관에서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트남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에 처음 와서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극복해 내면 반드시 좋은 순간이 찾아온다. 또 자기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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