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아

 2018년 기준 제주도 메밀 재배면적은 1,254ha에 생산량 1,091톤으로 전국 최대 주산지이다. 그러나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이효석의 메밀꽃필 무렵에 묘사된 한 문장으로 그 명성을 강원도 봉평에 내주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전국 최대 생산지가 아니라고 해도 메밀은 제주전통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벼가 생산되지 않았던 제주의 유일한 식량은 보리와 메밀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메밀농사는 잘되었으며 보리보다는 메밀의 쓰임새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제주 사람이면 누구나 메밀음식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출산한 후 시어머니가 해주시던 메밀조베기, 메밀을 풀어놓아야 제 맛이 나는 몸국, 특별한 맛이 없으면서도 괜히 찾게 되는 메밀빙떡, 배고픔의 설움은 잊고 싶지만 그 때 먹었던 범벅은 생각나게 하는 것이 제주 메밀음식의 매력이다.

 또한 메밀음식은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이다, 양반중심의 기록문화였던 문헌에서 메밀음식의 레시피를 찾기 어려운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농업기술원은 서민들의 식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과 함께 메밀의 명성 되찾고자  ‘제라진 제주메밀음식’ 책자를 발간 보급하고 있다. 동네삼춘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록하되 집집마다 다른 요리방법 중 공통적인 것을 중심으로 기록하였다. 

 음식은 추억이다. 어떤 음식은 눈물도 나게 하고 웃음도 짓게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대신하기도 한다. ‘제라진 제주메밀음식’은 이런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우리 서민의 이야기를 기록해 먼 훗날 사료로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간하였다. 

 다행인 것은 메밀이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고 요리과정에서도 영양소 파괴가 적어 건강식으로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라진 제주메밀음식’의 레시피가 내 딸에게도 전해져 엄마가 그리울 때 대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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