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을 주제로 한 전시 <큰터왓>이 제주특별자치도의 후원으로 문화공간 양에서 3월 1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현승, 빈센트 쇼마즈, 스투디오, 율리안 오트, 이지연, 조은장, 허성우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 소리채집, 음악, 인터뷰 영상,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지적도 등의 관련 자료를 선보인다.

큰터왓은 화북이동 부록마을 옆에 있었던 마을이었다. 10여 가구가 살았으나, 제주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이 됐다. 4·3때 마을은 불타 없어지고 남아있던 돌담도 대부분 사라졌다. 부록마을에서 큰터왓으로 가던 길도, 집에서 물통으로 가던 길도 수풀에 덮여 막혔다. 사람과 소와 말이 물을 마시던 물통도 흔적만 남았다. 그 흔적마저도 곧 사라질 듯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갔다. 전시 <큰터왓>은 잃어버린 큰터왓을 다시 찾고자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4·3으로 잃어버린 마을, 큰터왓의 옛 기억을 쫓아가는 전시다. 그곳에 누가 살았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4·3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를 추적해 봤다.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 큰터왓에 있던 밤나무 밭에 밤 따러 다녔던 양정현(89)씨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양정현씨는 잊혔던 큰터왓을 사람들에게 다시 기억하도록 몇 년 전부터 큰터왓의 이야기를 알려왔다. 그 노력이 이번 전시와 아카이브 작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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