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이란 말이 있다. 요즘 검사들을 보면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생각나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검사들을, 검찰이란 조직을 너무 방치 했다는 회한이 크다. 교만과 우월의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추태들인가.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정도다. 지난 18일 밤 자정 무렵이었다고 한다. 검사들 40여명과 일반인들이 자리를 함께한 삼성서울병원의 상갓집에서 반부패강력부에 근무하는 양 모 검사가 상관인 심재철 부장을 ‘들이받는’ 하극상을 연출했다. 상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왜 조국이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라며 큰 소리로 소동을 벌였다. 후배 검사 여러 명이 양 검사를 진정시키며 밖으로 끌어냈다고 한다. 

 양 검사의 이날 도발은 심 검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심 부장은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감찰중단 결정이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으로서의 권한 범위 안에 있다”며 무혐의 의견을 내고 기소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양 모 검사의 하극상이 과연 온당하고 칭찬 받을 일이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보다 하루 전인 17일 이미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 부장의 의견 개진이 하극상이나 항명을 불러일으킬 만큼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다. 소수의견이 없는 만장일치가 오히려 이상한 일일 텐데 거기에 무슨 항명이며 하극상이 따른다는 얘기인가. 본인은 선이고 다른 사람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잘못된 것이다. 소수의견이니 무혐의처분이니 기소유예니 하는 용어들이 왜 존재하는가.

 논란이 일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추 장관은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면서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위 ‘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유 모 검사의 일탈이 개탄스러운 것은 그가 검사의 길을 정도로 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그의 말을 역으로 표현해 보자. 검사는 혐의만 있으면 피의자를 무조건 죄인으로 몰아가야 ‘검사’인가. “너야말로 검사냐?”고 묻는다면, 유 검사는 뭐라 답할까. 본안 판결도 아닌 구속영장 담당 판사의 얘길 방패로 내세운다면 그건 그의 자질 문제가 된다. 

 검찰 일각에서의 지적도 주목할 만 하다. 양 검사가 비밀유지가 필요한 검찰 내부 논의 과정을 외부에서 공개한 것은 의도야 어찌됐든 조직원으로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가 진정한 용기를 가진 검사라면 내부에서 상관과 토론할 일이지 중인환시 속에 소란을 피울 일이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너무 너무 정치적이고 비열한 아부라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 역시 양 검사가 심 부장에게 대드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사회가 반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울러 생각해 보고자 한다.양 모 검사의 하극상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지성이, 우리 공동체의 이성이 이런 모습이어서는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다 모여 있다는 정치집단은 정치집단대로 아전인수 하는데 여념이 없고 내로라한다는 무슨 교수니 평론가니 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진영 간의 이전투구에 앞장서고 있다. 이 세상의 판관인양, 세상만사의 훈수꾼인양 온전하지도 않은 지성과 뇌력으로 온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도대체 다 같은 대한민국 검사들을 놓고 조직 편 가르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실로 부질없기 짝이 없다. 특히 곡학아세를 일삼는 ‘평자’아닌 ‘편드는 자’들의 자숙이 있기를 기대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나라는 검사들의 것만은 아니다. 검사들이 정의로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은 허구다. 검사가 정의를 외치기 시작하면 사단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사는 사사로운 공명심이나 소영웅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개인의 유불리에 따른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그의 착각을, 그의 불순과 오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재판은 그 다음 문제다. 검사들은 모름지기 법대로, 제도대로 그 직을 수행하길 바란다. 주제넘게 제발 오버하지 말고. 삐뚤어진 직업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검사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이게 뭐 하는 짓들인가. 대한민국의 국격이 너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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