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봉준호가 역사를 썼다. 한국 영화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봉 감독은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리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야심작 ‘기생충’으로 4관왕을 차지했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색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한국 영화 101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어 자막을 단 영화가 아카데미 대상작이 된 것도 새 기록이다. 92년 아카데미상의 역사가 새로 써진 것이다. 그 자체로 역사가 될 일대 사건이다.

아카데미상은 1929년에 창설됐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영화상이다. 큰 박수로 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한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이에 앞서 지난해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은 세계 언론으로 부터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준 쾌거였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번 승리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로 이미 아시아 국가의 핵심 소프트 파워가 된 한국 연예산업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또 “문화 수출은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 탈피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수상이 한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통신은 한국이 지난 10년간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 진화했다면서 몇년간 방탄소년단의 인기로 K팝이 전 세계에 자리 잡고 그 외 한국 드라마와 유튜브 영상 ‘아기 상어’ 등이 히트해 한국의 성장기반이 다져졌다고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기생충’의 수상이 한국 소프트파워가 폭발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기분 좋은 분석기사를 내놨다. 신문은 “‘기생충’의 미국 박스오피스 실적은 지금까지는 단지 3500만 달러(약 415억 원)”라고 소개하고 “국제영화로서 인상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아직 보지 못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그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언짢아할 필요는 없다. 바로 나가서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극히 이례적인 찬사다. 이 신문은 “영화를 관람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미국인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에선 한국 문화에 대한 언급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번역된 ‘짜파구리’가 중요 장면에 등장했고, 온라인에는 한국 음식 조리법이 갑작스럽게 쏟아졌다”고 전했다. 영화 한편의 위력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국가홍보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봉 감독의 쾌거는 최근 여러 국내외 사정으로 다소 위축돼 있던 우리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한국인(Korean)은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다. 당장 눈앞에 들어오는 경제적 이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구촌의 한 성원으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나라이자 국민이라는 세계인들의 인식이 그것이다. ‘기생충’은 물론 현실적으로도 제작사에 큰 부가가치를 안기고 있다. ‘오스카’ 수상에 힘입어 미국과 영국, 일본, 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상이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92년 오스카 역사를 깨트린 기쁨의 표현이자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낸 말일 것이다.

봉준호의 영화인생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봉준호는 20대인 대학시절부터 고집스레 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그만의 독특한 스크린문법을 구축한 실력파다. 미국의 대학에선 이미 “봉준호가 장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스카 트로피와 함께 한국을 번쩍 들어 올린 봉준호 감독의 노고를 다시한번 치하하면서 그와 한국 영화의 앞날에 더 큰 영광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봉테일,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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