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 정치판의 내일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인가?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 문제다. 고려대학의 임 모 연구교수는 이 칼럼에서 국민의 정치 혐오 현상을 지적하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한 끝에 임 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의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 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라는 것이다. 임 모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저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민주당이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면서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 문제를 왜 자꾸 표현의 자유니 언론의 자유니 포장하면서 본질을 흐리느냐”고 날을 세우고 있다. 문제가 커지면서 시끄러워지자 민주당에서는 고발을 취하했다. 그 정도의 문제에 금도를 보여주지 못한 공당의 협량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임 교수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선관위나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선거철을 맞아 홍수처럼 대하게 되는 신문이나 방송의 이른바 외부 기고나 논평을 순수하게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다. 일부 전현직 정치인과 교수, 전문가라는 인사들이 필자거나 출연자인 칼럼과 논평들이 상당수 정도를 벗어난 채 진영 논리에 빠져있거나 편향된 정치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평론’이라는 미명아래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해 ‘판관’노릇을 하면서 현란한 말재주를 내세워 온갖 세상사를 자신의 연고나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고 있다. 학문적 축적이나 인품, 교양, 판단력과 지성이 남달리 뛰어난 것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불의를 대변하고 사이비를 옹호하면서 공동체의 ‘선’을 외면하고 있다.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곡학아세의 뻔뻔함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노이즈’이자 공해다. ‘신처럼 혼란스러운 존재’로 세상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여기서 매체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도하 각 신문이나 종편, 보도전문 채널에 단골로 기고 혹은 출연하는 소위 패널들이나 무슨무슨 전현직 교수라는 평론가들의 이력 소개 문제가 그것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필자나 출연자의 전현직 ‘연고’를 소상히 밝히라는 것이다. 언뜻 사소한 것 같지만 실로 중요한 문제다. 이해관계나 호불호,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이력을 밝히면 그의 논지나 주장에 대한 수용자들의 판단이 나름 기준을 갖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 그들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지만 말라는 얘기다.

‘교수’라는 직업은 우리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중의 하나다. 최소한 허튼 소리를 진리라고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에서의 현실은 어떠한가. 상당수의 인사들이 지난 연고나 진영에 따른 편향된 사고를 전파하면서도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내세우고 있다. 현직도 있고 전직도 있다. 교수 이전의 전직이나 연고와 무관한 ‘고명하신’ 대학교수의 중도적이며 정의로운 논평을 내놓는 것처럼. 포장과 내용물이 다른 속임수다. 칼럼이든 논평이든 악의적인 의도나 목적있는 복선을 대의로 포장하는 것은 꼼수다. 스스로 자신의 지향을 밝히면서 내놓는 비평이나 비판이라면 누가 나무라겠는가.

지난 17일 총선 보도 감시를 목표로 마침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2020 총선미디어감시연대’ 기구를 발족했다. 감시연대는 “언론의 왜곡․편파 보도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변화하는 미디어 상황이 우리 민주주의에 보다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정제된 단체 혹은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론’을 위장하면서 임의로 국민을 팔고 있는 ‘미디어 판’을 정리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질을 덮어둔 채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를 하고 편향을 정론으로 왜곡하는 일이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 부박한 식견으로 콩이다 팥이다 외쳐대는 ‘평자’들도 자숙하길 바란다. 다들 말이 없어도 아는데 무슨 역성들 일이 그리 많은가. 걷어내야 할 짜증나는 ‘노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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