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지난주 제주도도 비상방위체제를 발동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방위체제에 돌입했다.

들불축제와 왕벚꽃축제, 유채꽃국제걷기대회 등 도내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도내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잇달아 나옴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도내 모든 행사가 일시 중단된다. 대구와 경상북도가 ‘코로나’에 초토화되면서 제주도도 전시에 준하는 체제에 들어갔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2020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시장이 지난달 준비상황에 대한 현장점검까지 마쳤지만 결국 취소됐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온 제주왕벚꽃축제도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와 애월읍 장전리에서 이달 말 열기로 계획돼 있었던 축제다. 2020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대회도 열지 않는다. 관광제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이들 축제가 못 열린다는 것은 실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민들에게 큰 아쉬움을 안기는 안타까운 일이다.

축제만 취소되는 게 아니다. 외부인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와 공연 등 모든 행사와 활동이 연기되거나 취소된다. 특히 그동안 민간단체들에 개방됐던 제주도와 행정시, 읍면동 청사, 체육관, 문화센터 등 공공건물의 사용도 금지된다. 고심 끝에 나온 결정으로 나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시체제’다.

우리는 여기서 도를 비롯한 지자체의 ‘코로나’대응 자세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안이하다는 것이다. ‘전시’라는 말의 절박성이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을 안 하고 금지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다. 어떤 사태에 대한 가장 소극적인 대응이 바로 뭘 안하는 것이다. 도가 그토록 내세웠던 ‘선제적’ 대응이라는 게 무엇인가.

기껏 들불축제나 유채꽃축제 벚꽃축제 안하는 게 대순가. 이건 아니다. 이런 축제들을 하라는 게 아니다. 지사와 시장들이 함께 자리를 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도민들이 느끼기에 마음을 놓을만한 그런 큰 행정력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너무나 소극적인 대책들의 나열이다.

공항과 항만에 대한 방어적 출입국 관리라든가 각종 관광사이트의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방역, 각급 학교나 종교시설에 대한 감염차단, 유학생과 신천지 관련자 관리, 새로 생길지도 모르는 환자군 치료준비, 침체될 대로 침체된 지역경제 해법 등에 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대책들이 미리미리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시’에 대비할 게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제주와 대구 사이의 항공로 잠정폐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선제적인 아이디어로 평가할만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가 항공사들이 노선폐지를 발표하면서 도의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지사가 사과까지 하면서 쓸데없는 오해만 불러일으켰다.

도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것은 원희룡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도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서울의 무슨 토론회에나 참석하고 뒤늦게 입당한 무슨 당의 최고위원 활동에 한 눈을 팔고 있으니 도민들의 심사가 어떻겠는가. 도 밖으로의 거동을 가급적 삼가야 할 도지사가 옆집 드나들 듯 서울을 오간 끝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며 집무실에서 ‘자가격리’까지 하는 해프닝을 어떻게 보라는 것인가. 지사가 도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인지, 도민이 지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인지 요즘 말로 ‘웃픈’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내일을 도모하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도 야망이 있을 테니까. 그러나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코로나’에 집중할 때다. 도가 비상한 각오로 이번사태에 대처하길 거듭 촉구하면서 도민들에게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필요하지 않은 외출은 자제해 줄 것을 아울러 당부코자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방역은 ‘제2의 국방’이란 말을 새겨야 할 때다.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방역의 주체고, 모든 지역과 기관단체가 방역당국이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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