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한 개인의 탐욕으로 간단히 치부해야 하나, 아니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병소의 하나로 확대해석을 해야 하나. 밤새도록 돈을 세면서 만세를 불렀을 아버지와 아들 등 마스크 폭리 업자들이 국민들의 가슴을 찢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스크 품귀 현상을 이용해 크게 ‘한탕’한 악덕업자들이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자체 현장 점검과 정부 합동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매점·매석,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 마스크 생산업체는 지난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마스크 가격이 오르자 돌연 기존 거래처에 대한 납품을 끊었다. 대신 마스크를 공급해준 곳은 사장 아들이 부랴부랴 만든 회사다. 공급 원가는 개당 300원, 공급량은 350만개에 이르렀다. 아들은 이 마스크를 소비자들에게 개당 3500~4500원에 팔아 100억 원 이상의 폭리를 취했다. 이들 부자 외에도 마스크를 이용해 떼돈을 번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공포와 고통을 이용해 개인의 영리를 도모한 행위가 문제다. ‘코로나’ 사태가 어떤 것인가.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맞서도 극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재앙이다. 마스크 한 장을 사기 위해 몇 십 미터씩 줄을 서야 하고 그래도 끝내 구하지 못해 며칠씩 헌 마스크를 재사용하고 있는 국민들을 보면서도 눈앞의 돈 생각만 했다면 그건 인간의 도리를 잊은 것이다. 당장 쓸 마스크 한 장이 없어 동네 슈퍼도 못가는 이들이 눈에 밟히지도 않았는가. 남의 절박함을 ‘악용’해 돈을 탐하는 것은 상스럽고 야비하다. 세무당국이 아니더라도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15년 동안 적자를 내면서 갖은 고생을 해오다 이제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한 한 중소업체 대표는 대구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면역력 강화에 써달라며 1억 원 상당의 자사제품을 기증했다. 모두가 방문을 꺼리는 대구경북 현장에 망설임 없이 달려간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도 위험이 두려운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딸이지만 생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달려간 것”이라며 현장에서 함께 돕지는 못하지만 “기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기업인의 대비가 너무 뚜렷하다.

국가나 국민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일심동체가 됐다.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힘을 보태고 뜻을 같이 했다. 소위 “기회는 찬스”라는 식의 저급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사리사욕이나 영리, 이기심에만 사로잡히지 않았다. 고귀한 국격이 있었다. 극히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뭔가. 나라가 “코리아가 ‘코로나’”라는 비아냥도 모자라 ‘신천지’로 우스갯거리가 되고 마스크로 조롱거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코로나’사태가 어떤 상황으로 전개 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이 제2의 우한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 돕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가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 SK 같은 기업들의 성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가게 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딱하게 여긴 ‘착한 건물주’ 운동도 꼬리를 잇고 있다. 말없는 돼지 저금통이, 초등생들의 코 묻은 용돈이 어려움을 같이 이겨 보자는 눈물어린 십시일반이 되고 있다. 외지의 의료 인력이 모여들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해지자 한 모텔 주인은 객실 38개를 몽땅 무료로 내놨다. 그에겐 돈이 안 보였을까? 다른 재주가 없어 모텔 밖에 내놓을 게 없었다는 그의 말이 눈물겹다. 큰 위안이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용기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코로나’ 상황은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찌 혼자만 빠져나가고 자기만 배를 불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일반 국민이든 기업인이든 공동체의 일원으로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게 문명국이고 선진 국민이다. 기부는 못할망정 폭리를 취한 마스크 업자들, 국민들의 낯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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