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에서 지난주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왔다. 충격이 일파만파다. 백병원 인근 주민들과 관계기관, 서울시민들이 우선 어려움에 처했다. 시민들은 “정말 너무 이기적이어서 충격적”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병원 응급실은 확진 판정 직후 바로 폐쇄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직원을 즉시 격리 조치했다. 응급실과 일부 병동도 자진 폐쇄했다. 중구청은 백병원 주변 을지로 일대의 방역은 물론 관내 다중이용시설과 취약계층 이용시설 등 관내 시설의 방역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했다.

‘코로나’에 감염됐던 한사람이 이리저리 오간 끝에 몰아온 일이다.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이 사람 저 사람을 접촉한 후과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진 것이다. 이 한 사람 때문에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얼마인가. 계산하기도 힘든 일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누가 감염됐는지 안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나 나중에 감염원으로 드러날 수 있다. 집회나 예배에 참석한 사람 중에 감염자가 있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공할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방역당국은 서울 구로콜센터의 집단감염도 수도권은 물론 제주도까지, 전국 확산의 불씨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협의회가 지난주 긴급 호소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운동으로 ‘코로나’를 차단하자”고 호소했다. 시·도지사들은 “앞으로의 2주가 코로나19 확산차단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 확산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대책은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는 외출 등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할 것 등을 당부했다.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는 것을 가급적 막아 보자는 취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실천적 행동으로 확산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학교 개학을 연기시키고 학원을 쉬게 하고, 각종 집회와 행사도 자제토록 하고 있다. 심지어 결혼식과 돌잔치, 동창회, 회사의 회식까지도 삼가줄 것을 권하고 있다. 팬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게임들도 세상에 없던 ‘무관중 경기’를 다 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몇 백 명, 몇 천 명, 몇 만 명이 모이는 일부 교회가 예배를 그냥 계속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법도 없고 당국의 당부도 남의 얘기다. 실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기가 막히는 ‘만행’이다. 전국민을 전부 ‘코로나’ 환자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도의 뜻이 아닐 것이다. 텔레비전으로도, 인터넷으로도 예배는 가능하다. 가정예배도 있다. 전시라고 쳐서 포탄이 비 오듯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교회에 나가 단체로 예배를 해야 하나.

자기들만 피해를 본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필연적으로 자기들이 속한 공동체, 우리 사회 전체에 해를 가져온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민의 75% 이상이 예배중지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자의적인 교리해석을 앞세워 신도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범죄다. ‘양’을 보호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일보다 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미 미사를 온라인으로 바꿨고 한국 천주교도 성당 미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조계종도 산문을 폐쇄하고 원불교도 법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형교회들도 70% 가량이 교회예배 대신 인터넷과 방송예배를 보기로 했다. 누가 누구를 감염시킬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서로 접촉을 피하고 떨어져 있자는 뜻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다.

우리는 아직도 ‘성전’예배를 고집하고 있는 일부 교회에 대해 간곡히 촉구한다. “의료·방역진과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수 없다.” “오늘의 ‘잠시 멈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다.” 지자체장들만의 호소가 아니다. 교회가 ‘신천지’마냥 ‘코로나’ 팬데믹의 진원지가 돼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돼야만 하겠는가. 신앙의 자유만큼 시민의 의무도 중요하다. 지금은 ‘잠시 멈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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