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급 군부대의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지고 있다. 군 경계태세에 총체적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난을 넘어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다 군 영내가 주정꾼들이 술주정을 하고 아낙들이 나물을 캐는 장소가 됐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입항했다. 누구도 북한 선박이 들어온 것을 몰랐다. 경계실패가 연일 대서특필되는 등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후 군은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올해 들어서도 3차례나 되풀이됐다.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내용이다.

우선 수도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지난달 16일 뚫렸다. 우리의 심장을 지키는 군부대에 구멍이 난 것이다. 경기 시흥시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에 한 50대 남성이 침입했다. 이 남성은 울타리 하단의 땅을 파고 진지로 들어간 뒤 1시간가량 무방비로 진지 안을 활보했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제주 해군기지가 시위대 2명에게 유린당했다. 기지 외곽 펜스를 가정용 펜치로 절단하고 들어가 1시간 반 넘게 부대를 누비고 다녔다. 5분대기조는 40분이 더 지난 후에야 출동했다. 군은 2010년 창설된 해군 최초의 기동부대 제7기동전단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부대라고, ‘신의 방패’라 불리는 최첨단 이지스함도 갖고 있다고. 그런데 이런 부대가 민간인 시위대 2명에게 뚫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70대 남자가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기지에 무단으로 침입해 1시간이상 부대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위병소에선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출입자가 많아 이 남자의 진입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진해기지는 해군의 교육사령부와 군수사령부, 잠수함사령부가 있는 핵심 시설이다.

우리 군부대가 이렇게 쉽게 뚫리면서 병영얘기가 코미디 소재가 된지는 오래다. 충격적인 일은 지난 2012년 10월에 일어났다. 북한군 병사가 강원 고성 지역 3중 철책을 넘어 우리 군 전방초소 생활관 문을 두드린 것이다. 아무런 감시도, 제지도, 보는 사람도 없었다. 일명 ‘노크 귀순’ 사건이다.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강원 삼척항까지 거침없이 들어온, 지난해 6월의 ‘해상판 노크 귀순’ 사건도 있었다. 2015년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는 밤에 부대 안에 들어온 민간인 차량을 10여 분간 찾지 못해 부대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었다. 작년 연말에는 부산에 있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민간인이 담을 넘어 부대 안으로 침입하는 사건도 있었다. 기가 막히는 일들의 연속이다. 오합지졸이 아닌 우리 정예군의 얘기다.

도대체 뭣들을 하고, 무슨 생각들을 하면서 근무하고 있는가. 이게 세계 10위권이라는 ‘막강’ 대한민국의 군대인가. 경계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군은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를 천명하지만 개선은 고사하고 더 악화되는 것 같다. 국방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다짐이 공허하다. 지난해 7월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는 경계 실패를 덮기 위해 부대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자백을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이고 군의 야외훈련이 중단되고 있다.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도 금지된 상황이다. 지금은 나라가 위기상황이라 어느 한 분야라도 든든히 믿을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군은 기본이 돼야 할 경계 및 대비 태세가 해이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경계는 군 보안과 안전, 모든 작전의 기본이다. 만에 하나 이런 일련의 군부대 침입사건이 테러조직이나 적성분자, 오열에 의해 계획적으로 저질러진 것이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상상하는 것조차 끔직하다. 전쟁에서 진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군의 모습이 심히 유감스럽다. 고성 GOP 내무반 ‘노크 귀순’ 사건 때 북한군이 한 말이 아직 생생하다. “북에서 왔수다. 안에 아무도 없습네까?” 제발 정신들 차릴 것을 당부한다. 뭐 하는 짓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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