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지난 3일 오전 10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엄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규모가 크게 축소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4.3유족 및 관련 단체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4.3영령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제단에 올라 헌화와 분향을 했다. 이어 너븐숭이 4·3기념관,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등 4·3 유적지 관련 영상이 상영됐고 송승문 유족회장이 제주출신 김수열 시인이 집필한 묵념사를 낭독했다. 이후 4·3 진상규명 관련 영상이 상영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4·3은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다.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며 “국가폭력과 이념에 희생된 4·3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의 제주를 일궈내신 유가족들과 제주도민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의 문제”라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고 약속했다. 

4·3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이제 외롭지 않다. 4·3의 진실과 슬픔, 화해와 상생의 노력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져 잊히지 않을 것이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미래 세대에게 인권과 생명, 평화와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며 추념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유족대표로 김대호(15)군이 단상에 올라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김대호 군은 지난 1월 4·3 평화재단이 개최한 ‘발굴 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신원을 확인한 고 양지홍 희생자의 증손자다. 이후 가수 김진호씨가 참석해 노래 ‘가족사진’을 부르며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했다. 추념식의 마무리는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 대신 영상으로 상영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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