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서 국내 산업현장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코로나’ 검사와 치료에 나서는 등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열등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 관련 대응을 칭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들에 관한한 얘기가 다르다. 마스크 판매 등 방역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에 반강제 격리까지 당하고 있다.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그냥 모른 채 외면만 하고 있을 규모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내국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가격리 시설을 확보하고 긴급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체류자와는 다른 경우지만, 경기도가 도내 거주 외국인중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최종적으로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에서 외국인을 제외했다. 외국인에 대해 복지를 지원하는 마땅한 법 조항이 없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재명 지사는 옳고 박원순 시장은 틀렸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불법 체류자들은 대부분 동남아 출신들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자국에서 ‘코로나’ 확산을 걱정해 송환을 거부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불법이민자 15만 명에게 500달러, 가구당 최대 1000달러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불법체류자들에게 농가 일자리에 지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시리아 난민 출신 의사 1만4000여 명에게 면허를 인정해 줄 예정이다. 포르투갈은 이주민과 난민에게 시민과 똑같은 의료보험 혜택 등을 주기 위해 한시적 시민권을 주기로 했다.

우리도 이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고매한 국격을 보여줘야 한다. 배달민족이니 한민족이니 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우리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들에겐 금도(襟度)를 가져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하는 그들에게 ‘자비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범죄자나 테러관련자가 아니라면 출입국 관리나 이민 등의 문호개방에도 융통성을 가질 것을 정부 관계부처에 당부코자 한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을 보라. 외국인에게 폭넓게 문호를 개방, 국가발전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인구가 바로 자원인 것이다.

세계는 그야말로 하나의 마을, ‘지구촌’이 돼가고 있다.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인종도 하나로 수렴돼 가고 있다. 뭘 가리고 선택할 이유나 의미가 없다. 일본은 이미 인구가 줄고 있고 우리나라도 곧 전체인구가 줄어든다는 통계상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세계최고의 국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민의 나라’로 전 세계 엘리트들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외국인을 바라보고 대할 일이다. 우월의식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우리 국민들도 이러저러한 사연들로 이미 전 세계에 700여만 명이나 흩어져 살고 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등 세계 각 지역에서 그 지역 그 나라의 국민으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다가 역병이 돌면서 한편에 내팽개쳐진 채 감염공포에 떨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적극적으로 품어 안을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문명국가의 책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