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사령탑에서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우리 경제도 한 고비를 넘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경제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실물과 고용부문의 충격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유가 붕괴에 따른 리스크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재부 김용범 1차관은 4일 서울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일시적 소강상태는 ‘시작의 끝’일뿐 진정한 ‘끝의 시작’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런 경고를 내놨다. 김 차관은 비관적인 경제전망의 근거로 유가충격과 신흥국 리스크, 글로벌 리쇼어링(해외진출업체 본국회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산유국 성장 전망치가 크게 하향 조정되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악화가 예상된다면서 유가하락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동 발 쇼크가 우리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차관은 신흥국 상황 역시 우리가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신흥국이 낙후된 보건의료체계로 ‘코로나’확산에 속수무책인데다 금융시장마저 불안한 상황이지만, 정책대응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과거 IMF나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는 이밖에도 자유무역 붕괴와 글로벌 리쇼어링도 큰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미중간 무역갈등이 재연될 경우 ‘새우(한국경제)’ 등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경제가 먹구름을 맞이하고 있다는 어두운 예측을 내놨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딜 것이고, 일반 시민과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도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구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몰고 올 실업대란에 특히 주목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여파로 2분기에 풀타임 일자리 3억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실시한 봉쇄조치가 경제에 타격을 가하면서 선진국들의 경우 고용시장이 흔들리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국가경제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피해를 보고 있어 앞으로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2차 실업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어찌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방역’이 뭔가. 정부는 국난극복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 지키기’라면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발굴해 국민들의 일자리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말로는 쉽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2분기 이후에 서비스업을 넘는 전 산업현장에 고용한파가 불어 닥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이 우리 앞에 전개되기 시작할 것이란 얘기다.

이 엄혹한 상황을 잘 넘기기 위해선 우선 정부가 비상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방역’이니 ‘한국판 뉴딜’이니 하는 말들이 공허한 구호로 그치지 않고 실체적 ‘구상(具象)’으로 제시돼야 한다. 손에 잡히는 그림들을 내놓기를 정부에 요구한다.

우리는 여기서 특별히 노(勞)와 사(使)에도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이 시국이야말로 노사가 상생의 묘를 찾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감을 뒤로 한 채 평행선을 달려서는 안 된다.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역지사지의 대타협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정세균 총리의 말대로 노사정(勞使政)이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타협한다면 ‘코로나’ 위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지금은 기재부 표현대로 아직 고통이 시작도 되지 않은 태풍전야의 시간일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일단 넘기고 봐야 한다. 우리를 포함한 인류는 지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각 경제주체들이 비상한 각오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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