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삭감을 둘러싼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결정한 예산안을 도정이 임의적으로 삭감하는 것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반면 제주도정은 현재의 예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세출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필수적인 상황이며, 지방재정법상 예산 규모 변경 사업에 대한 사후 심의가 가능하므로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정이 도의회를 무시한다는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예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지출증대와 지역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도의회를 향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지난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영훈)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제1차 추가경정예산을 심가하며 불거졌다. 

 한영진 의원(민생당, 비례대표)은 도정이 제출한 470억원 규모의 세출절감안에 대해 “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다시 조정한 건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라며 “지방재정법 위반 소지가 분명하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예산담당관실의 공문에 ‘보조금 교부 전 보조금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도록 하라’는 내용에 대해 “보조금심의위원회가 의회보다 더 높다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감사의뢰를 신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세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도의회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의 재정여건은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제주도가 밝힌 ‘재정진단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2021년에는 세입보다 세출이 3777억원, 2022년에는 4805억원 초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세출예산의 조정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출된 금액을 감안한다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사태가 이러하지만 도의회 어디에서도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의회의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속불가능한 세출증가는 결국 제주도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만큼 도정과 도의회는 무익한 갈등을 멈추고 건전재정 달성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경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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