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출범에 붙여-

20대 국회 임기가 오는 29일로 종료된다. 4-15총선을 통해 새로 개편된 국회는 오는 30일부터 21대 임기를 시작해 2024년 5월 29일까지 만 4년 동안 대한민국의 의정을 맡게 된다.

임기 첫해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로 시작한 20대 국회는 4년 내내 여야의 치열한 정쟁으로 날을 샜다. 그 결과 ‘동물국회’에 ‘식물국회’, ‘일안하고 반대만 하는 국회’라는 역대 최악의 평판을 안아야 했다. 국회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궤도를 이탈한 결과였다.

국회는 이제 새롭게 짜여졌다. 우리는 21대 국회의 출범을 축하하면서 국체의 한 축인 국회가 이제는 구각을 깨고 선진한국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대오각성의 국민대표기관이 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당부와 제안을 내놓고자 한다.

우리사회는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 군부독재와 민주화투쟁 시기를 거처 오면서 숱한 갈등과 분열, 충돌을 경험했고 그 결과 구성원 간 혹은 공동체 내부에 많은 ‘미제(未濟)’와 ‘오류’, ‘불의’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안고 있다. 권력기관 갈등 문제를 비롯해 재벌과 노동, 정치, 교육 등등 사회 각 분야에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중 첫째는 정치개혁이다. 바로 국회개혁이다. 국회는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을 통어(統御)하는 국가의 입법기관이다.

국회가 ‘국민대표회의’ 다운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제도개혁이 필수다. 마침 민주당에서는 21대 국회의 최우선 화두로 ‘일하는 국회’를 내걸고 국회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를 상시적으로 열고 윤리위를 상설화하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 등 6대 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보다 우선적으로 고쳐야 할,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여러 개혁의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국회의원의 선수(選數)제한이다. 의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직이 10년, 20년의 생계형 일자리가 되다보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온갖 경쟁과 이전투구가 사생결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단임제이고 지자체장들도 3선까지만 할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있듯 국회의원도 선수제한을 둬야한다. 2선 혹은 3선까지만 가능케 하면 우리의 정치풍토가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다선을 자랑하는 지금의 의원들보다 능력 있고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인사들은 국민들 사이에 있을 만큼 있다. 국회가 일부 인사들에게 ‘챙길 게 많은’ 평생직장으로 전락하면서 ‘만악’의 씨앗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생각할 건 국회의원의 대우를 장차관급에서 국가직 공무원의 ‘국장급’으로 낮추는 문제다. 필요 이상으로 지급되고 있는 세비도 반으로 줄이고 보좌진수도 지금의 1/3수준인 2-3명으로 줄여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 국회 전문직을 크게 늘려 전체 의원들이 ‘풀(pool)’로 활용하면 ‘입법 생산성’이 훨씬 좋아질 거라는 게 지금까지의 평가다. 당의 쇄신을 외치며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의 제안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직이 ‘마진’이 별로 없는 즉, 이문과 특권이 많지 않은 신분이 되면 그에 따라 ‘고매한’ 사명의식을 가진 애국시민들이 의사당의 주인공이 되는 정치판의 ‘역 그레샴의 법칙’이 나타날 것이다.

의안 의결에 관한 문제도 우리가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다수결의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동-식물 운운하는 말들이 왜 나오는가. ‘민의’를 팔지 말고 ‘민의’대로 하는 국회가 되면 된다.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그렇게도 강조하는 사람들이니 만큼 각자 소신껏 투표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결과가 억울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뜻을 펴려면 유권자들, 바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면 될 일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21대 국회는 개원하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국회를 새롭고 멋진 ‘민의의 전당’으로 만드는데 일에 천착하길 당부코자 한다. 외부에서 나서기 전에 스스로 멋지게 개혁해 주길 바란다. 국회운영과 관련된 일부 기술적인 문제들은 후순위 과제다. 진정한 국회개혁이 무엇인가에 주목하기 바란다. 정치가 4류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300명 선량들의 충정을 기대한다.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은 국회개혁이 그 시발점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