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마을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문화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남원읍은 지난해 2019년 주민참여예산사업을 통해 2억원의 예산을 확보, 문화 유적 도보 코스 ‘이야기가 있는 한남리 문화유적길’을 조성했다. 유서 깊은 명승지 8곳을 연결하는 이 마을길은 한남리의 역사를 이해하고 사라져가는 마을 문화를 보전·계승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남원읍_한남리의 정씨열녀비

탐방코스를 살펴보면 제주 최초의 열녀 정씨의 절개를 기리고 있는 고려 정씨 열녀비와 한남리 마을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망동산 터, 임금이 승하하면 주민들이 이 동산에 모여 궁궐을 향해 절을 했다는 사곡동산, 잃어버린 마을 빌레가름,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본향당, 전국 최대의 녹차밭 한남다원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 선사시대 주거지 형태가 발견된 바위그늘집 자리, 고려시대 능선 길목에 병사들이 매복했다는 복병동산으로 구성됐다. 특히 고려정씨열녀비와 마을 본향당은 각각 제주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고려정씨의 열녀비는 1374년에 있었던 목호의 난 때 죽은 남편에 대한 절개를 끝까지 지킨 것을 기려 만든 열녀비로 그의 이야기는 세종실록을 비롯해 탐라지열녀조, 제주읍지인물조, 정의군읍지인물조 등 향토지에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다. 원래 있었던 비석을 제주목사 한응호가 서기 1834년 3월에 다시 고쳐 세웠으며 최근 재정비를 통해 지난해 11월 27일 제주향토유형유산 제29호로 지정됐다. 또한 지난 5월 26일 제주향토유형유산 제30호로 지정된 한남리 본향당은 약 450년 전 설촌 당시 설치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향당의 넓이와 주변 정비 상태 등 그 형태가 매우 우수한 점에서 보존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한남리 문화 유적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은 한남리사무소를 방문해 코스 안내도를 살펴보고 출발하면 좋다. 

남원읍_한남리의 본향당(당팟)

한편 한남리 문화유적길이 입소문을 타며 최근 방문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남리는 또 다른 문화마을 조성사업으로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비 1억3000만원을 투입해 옹벽 210㎡공간에 아트타일벽화를 조성, 탐방객에게 더욱 풍성한 스토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한남리 문화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특색 있는 마을문화가 방문객의 발길을 이끄는 관광자원으로 이어지면서 사라져가는 제주 각 마을의 역사와 유적, 문화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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