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의 행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70만 도민의 지자체 책임자인지 중앙정치 무대에 몸과 마음이 가있는 한 사람 대권 후보자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뜻있는 도민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다. 대권 도전도 좋지만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쓴 소리를 했다. 이틀에 하루 꼴로 중앙출장에 나서고 SNS를 통해 대권 관련 발언을 쏟아내는 행보가 도지사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당은 22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로 제주 도민안전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원희룡 지사는 대권놀이에 심취한 끝에 SNS를 통해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당은 우선 元지사가 자신이 제주도 지사임을 망각하고, 제주도민의 갈등과 현안문제 해결에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으면서 거의 2일에 하루 꼴로 중앙을 헤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자신이 통합당 대권후보가 된 것 마냥 어떻게 하면 중앙언론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골몰하는 모습에 이제는 처량한 마음까지 생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도 산하 시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원 지사가 음주운전을 해도 제주도지사에게 충성한 사람만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제주도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평은 “원 지사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만이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을 보이며 친원(親元) 승진, 반원(反元) 탈락의 공포로 제주를 몰아가고 있다”며 이젠 제주도정이 원 지사 어용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마이동풍 식으로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은 최근의 원 지사 행동을 겨냥했다.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내용이다.

도정과 동떨어진 원 지사의 발언이나 관심사는 보도된 것만 해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 하나만 들자면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것이다. 그는 2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이성을 잃었다”며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누가 옳은지도 모르는 이 문제가 그에게 그렇게 중요한 현안인가.

원 지사는 이어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잔인한 공격성으로 국가의 공공성을 유린하고 있다. 그리고 내 편은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이 친문 무죄, 반문 유죄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충성하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끝까지 감싸고 등지면 잔인한 보복을 하는 것은 조폭 식 행태다”라고도 했다. 그의 논리가 맞는다면, ‘내로남불’이 아니라면, 제주 도내 시장 임명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원 지사는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뇌물판결을 뒤집기 위한 수사를 대검 감찰부에 맡기라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며 “이럴 거면 검찰총장이 왜 필요한가. 법무부 장관이 차라리 법무총장 하면 된다”고 말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수준이다. 물론 대한민국 일에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정치인이 못할 말은 없을 것이다. 원 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럴 에너지가 있다면 그 걸 우선 도정에 쏟아 부으라는 것이다. 지금 시국이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여파로 도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도민들의 하루하루가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비상시국이다. 서울에 두 번 갈 거 한 번으로 줄이고 중앙 정치논쟁 대신 지역현안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바람이 잘못된 것인가.

도민들을 배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그이기에 지사의 최근 행보는 유감스럽다. 대권도전, 나쁜 일도 아니고 막을 것도 없다. 본업에 충실하고 난 뒤 떳떳하게 나서라는 것이다.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시기상조다. 2022년 3월의 차기 대선까지는 앞으로 1년 9개월이 남았다. 이 긴 기간 도정이 그의 부업(副業)이 될 순 없다.

“원 지사는 ‘코로나’로 힘든 제주도민이 자신의 대권놀이의 들러리가 아님을 명심하고, 조금이나마 제주도민을 위하는 모습으로 제주지사의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책잡을 수 없는 지적임을 원 지사는 인정해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내일이 아닌 오늘의 ‘원희룡’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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