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새로운 복지제도의 도입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북 유럽식 사회보장제도가 복지 모델의 새 모범답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간단한 사상에서 출발한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든 국민에게,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일 하든 공부하든 아무런 조건 없이,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일회성 지원금을 넘어선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기본소득제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재원 마련이 어렵다며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찬반이슈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우리는 특히 한신대 강남훈 교수의 지론에 관심을 갖고자 한다. 강 교수가 그동안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피력한 이론의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이 이슈가 하루속히 국가적 아젠다로 떠올라 각계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길 희망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사회에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우리나라는 ‘불안정(不安定) 노동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의 격차도 엄청나다. 반면 복지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 국민들은 이런 불평등한 상황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불안정 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로 가는 전제조건이다.

기본소득 도입 초기 최소 지급 액수는 1인당 월 20만~30만원은 돼야 한다. 190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당연히 증세가 뒤따라야 한다. 또 국민들이 증세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세수 전체를 기본소득 지급에만 사용하는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을 통한 사회적·생태적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자고 했다. 그는 “토지도 그렇고 환경, 정보 등은 우리 사회 공동의 자산이다, 공유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은 전 국민이 똑같이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며 “주주한테 배당을 주는 게 당연하듯 공유부(共有富)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배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게 기본소득의 근본 원리”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서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둘은 정책적으로 경쟁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공론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후 국민투표에 부쳐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전 세계적인 모범 민주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아직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대표적 인물이다. 홍 부총리의 이러한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기본소득제가 무슨 ‘금기(禁忌)’라도 된다는 소리인가. 연구나 논의도 해보지 않고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적 중지를 모아야 한다.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알래스카주나 핀란드, 스웨덴 등이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세계은행도 한국과 같이 세금 누진성이 낮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제도가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기본소득이 고용 불안 문제 등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기본소득제는 기존 교과서적 자본주의내지는 ‘야수(野獸) 자본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류 보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 더 나은 공동체 건설에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에 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문명국으로 바뀌는 변곡점(變曲點)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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