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 전문가 사이에서도 타당성에 대한 의견이 분열되는 것으로 나타나, 무작정 추진되는 정부 정책에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만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6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주학생문화원에서 개최한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공론화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경식 전 제주도의회 의원이 좌장을 맡아 △김대영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고창근 전 제주외고 교장 △정유훈 대정고 교사 등이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창근 전 제주외고 교장은 “제주외고는 유명 대학교에 가기 위해 제주외고에 입학하는 것이 아닌 외국어를 깊게 공부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 서열화’ 방지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 전 교장은 교육부의 일반고 전환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만큼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논의는 교육부의 2022년 교육과정 발표 때까지 기다린 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김대영 제주대학교 교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대폭 확대”되며 “제주외고는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학교 간 협동 등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논란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제주외고 학부모측은 일반고 전환 공론화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토론회 당일에도 학부모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외고는 설립 목적에 맞게 정체성이 유지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교육평준화 정책이 야기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혼란이 학생들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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