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석 서귀포소방서장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걱정과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추석 연휴가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는 미리부터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조선시대에도 전국에 역병이 돌면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지내지 않았다고 하니, ‘언택트 추석’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비접촉, 비대면 중심의 ‘언택트(Untact=un+contact)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이제는 화상회의를 하고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뿐더러,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시대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비대면 업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소방조직도 코로나19 감염예방과 화재 등 사고예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방당국은 추석 연휴를 대비하여, 필요적 대면 이외의 일정부분은 법적 자체점검과는 별도로 소방안전 관리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화재안전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소방공무원이 요양병원 등 대상물을 직접 방문해 소방점검과 교육 등의 컨설팅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관계인이 대상물을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소방서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후 담당자가 영상통화, 서면 등으로 불량사항을 보완하여 컨설팅을 실시하고,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필수인원이 방문해 시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비대면으로도 도민이 안심할 수 있게 효과적인 안전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 안전대책’ 시행으로 자칫 안전 관리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426,521건 중 ‘부주의로 인한 발화’가 208,937건(49%)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안전대책’이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계인의 자율안전 관리 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자발적인 동참과 협조가 따라야 한다. 관계인은 자체 소방시설에 대하여 평상시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여야 하며, 전기·가스·유류시설의 안전점검과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여 귀중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는 ‘비대면 안전대책’의 시행이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대면 안전대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관계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함일 뿐, 재난예방의 끈이 느슨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 손으로만 손뼉 치면 아무리 세게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一手獨拍 雖疾無聲).’ 이는 ‘한 사람 또는 한 기관의 역량으론 일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뜻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여 도민 모두가 ‘헬프(Help)라는 보조자’가 아닌 ‘셀프(Self)라는 주체’가 되어 능동적인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 도민들과 함께하는 민·관 협력의 안전네트워크 구축은 이러한 개개인의 관심이 더해져서 지역 안전 문화 조성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방에서는 현장 중심의 소방행정을 적극 실천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재난안전 관리와 대응역량 강화로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도민들은 각종 안전 수칙을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안전을 생활화하여, 우리의 안전 가치가 함께 지켜질 수 있도록 점차 힘을 모아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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