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곳 중 28곳 안내판 없어...역사왜곡에 훼손도 심각해져

제주시 삼도2동 미국 육군 CIC 터. 어떠한 안내 표시도 있어 이곳이 과거 어떤 곳인지 대부분 알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삼도2동 미국 육군 CIC 터. 어떠한 안내 표시도 있어 이곳이 과거 어떤 곳인지 대부분 알지 못하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 아픈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가 최근 발간한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제주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 가운데 28곳에는 안내판 조차 없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실 설명이 부족하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 오탈자 및 번역 오류가 있는 경우, 인권·젠더·평화감수성이 부재한 경우, 유적지 안내판이 훼손된 경우, 관광약자의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 등도 다수 발견됐다.

제주 곳곳에 설치돼 있는 초록색의 제주4·3 안내판은 필름이 벗겨지거나 녹이 슬어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안내판이 유적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해당 유적지의 위치 마저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2동에는 미국 육군 CIC(방첩단) 제주사무소 옛터가 있다. CIC(방첩단)는 조천지서 김용철 고문치사 부검 등 제주4·3의 주요 사건에 개입했을 정도로 제주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던 기관이다. 그러나 현재는 빈터만 남아있고 안내판 조차 설치되지 않아 CIC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상황이다. 제주4·3과 관련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시대적 과제해결을 위해서도 이 장소를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옛 조천지서 터에 세워진 비석에는 '폭도'라는 단어도 쓰였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장대'라는 표현이 바르다. 특히 이 비석에는 주민 감금·취조·학살 등의 국가 폭력의 역사는 기술되지 않았다.

옛 조일구락부 건물
옛 조일구락부 건물

 

제주다크투어는 현재의 제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억의 전승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제주4·3을 비롯한 제주 역사 유적지에 대한 기록과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안내판 오류, 관리 상태 등을 제보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안내판 조사 보고서전문은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www.jejudarktours.org)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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