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수-서귀포예술의전당 관장

성악출신 가수 김호중. TV조선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미스터트롯’결승전 인생곡 미션에서 그는‘고맙소’를 선택했다.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아준 은사님께 바치는 곡이다. 감정을 누르며 진심을 다해 부른 그의 노래는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독일 유학 당시 현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설 무대가 없었던 김호중. 결혼식 축가를 부르며 생활고를 해결하던 그가 어느 날 문득 은사를 찾아가 트로트 경연대회 참가의사를 전했다. 황망한 표정으로 제자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은사. 제자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던 스승의 마음이 오버랩 돼, 내 마음이 아려왔다.
성악, 클래식 등 순수예술분야가 어렵다. 고사위기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성악가를 꿈꾸며 부단히 실력을 닦는 비전공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많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는 이들 중 성악고수를 찾기 위해〈문화를 꿈꾸며 삶을 노래하며〉란 주제로 성악인재 발굴 프로젝트를 지난 10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진행했다. 연령제한 없이 성악에 관심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도록 했다. 자유곡 한곡을 음원파일로 접수받아 성악관련학과 교수 등 전문심사위원 3명이 심사해, 출연자를 뽑았다.
이날 공연에는 9세 초등학생부터 75세 어르신까지 37명이 대극장 무대에서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인센티브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계자 외, 입장마저 제한했기 때문에 관람객도 수십 명 남짓이었다. 그래도 참가자는 최선을 다해 열창했다. 마치 다시 찾아오지 않을 천혜의 기회인 것처럼.
공연이 마친 후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가 놀라웠다. 공연 만족도 95%, 재 참가의사 100%.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행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설문지에 절실히 묻어났다. 가족들이 준 꽃다발을 들고 환한 미소로 사진 포즈 잡는 참가자들.
이들의 열정이 있는 한, 예술분야는 영원히 시들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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