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수-제주농업기술센터 소장

매주 신용카드 한 장을 꼭꼭 씹어 먹는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할 테지만,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인간의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한 주 동안에 5g 정도로 신용카드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플라스틱이 바다로 가서 물고기를 통해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인류를 눈앞에서 위협하는 플라스틱,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농업·농촌에 있어서 플라스틱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설하우스와 토양피복 자재로 사용되는 비닐은 잡초 발생 억제로 제초제 사용을 줄여주고 양분 유실 감소로 비료 사용량을 절감하며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준다.
하지만 폐비닐은 토양 속에서 잔류하면서 환경호르몬,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킨다.
과거 80년대 농업분야의 백색혁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농촌환경의 오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농업기술센터에서는 올해 일반 비닐 대신 생분해성 비닐을 이용한 단호박 멀칭(피복) 재배 실증을 하였다.
생분해성 비닐은 옥수수 젖산, 셀룰로오스 등 100% 자연분해 되는 생분해성 소재만으로 이루어진 자재이다.
화석 연료가 아닌 천연 재료로 만들어져 기존 비닐의 역할을 해내면서 역할이 끝난 후에는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금년 실증결과 비닐 피복 후 40~45일경 분해가 시작되었고 수확기에는 20~25%, 경운 된 후에는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분해되었다.
단호박 품질 및 수량도 일반비닐과 유의차가 없었다. 사용 후 비닐 수거작업이 생략되어 노동력이 절감되었다는 평가이다.
이런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격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산업을 발전시키고 인간을 이롭게 하였지만 환경오염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보전은 미래 인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불편하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우리 센터에서는 농업용 비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생분해성 비닐에 대한 관심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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