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포럼 전시관, 일본·중국관 10분의1…국격 훼손 문제
식민주의 성찰 취지 어긋…유물·현대예술 독창적 접목필요

-지난 9월 공사 중인 베를린 훔볼트포럼 전경. [연합]
지난 9월 공사 중인 베를린 훔볼트포럼 전경. [연합]

 2017년 가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도심 한복판에서 건축 중인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베를린 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한눈에 왕궁이나 박물관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외관에 거대한 삼성전자 광고판을 두르고 있었다.

옛 프로이센 왕궁터에 세워진 훔볼트포럼(Humboldt Forum)이라는 곳이었다.

당시 마침 만난 기억의 문화 연구자인 이진 훔볼트대 정치문화학 박사로부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독일의 자기성찰적인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규모와 의미 면에서 베를린의 새로운 상징적인 공간으로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독일에선 '21세기 최대 문화 프로젝트'로 당연시돼왔다.

훔볼트포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국전시관도 들어온다는 점도 알게 됐다. 이후 훔볼트포럼의 공사가 차질을 빚고 개관이 지연되면서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특파원 임기 막바지인 지난 7월 말 훔볼트포럼의 한국전시관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졌다.

훔볼트포럼의 한국관 설치와 관련된 세미나를 통해 한국관의 면적이 60정도로 중국관과 일본관의 각각 10분의 1 크기라는 점을 알게 됐다.

훔볼트포럼 측은 보유 중인 중국과 일본 소장품이 각각 6천 점 이상인 데 비해 한국 소장품은 160여 점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4년 훔볼트포럼 주관 단체인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및 베를린국립박물관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관 설치에 협력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한국관은 한국의 관련 기관들 사이에서 잊혔다. 어떤 기관도 한국관의 면적과 전시 내용을 챙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훔볼트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전시 지원에 나섰다.

7월 말 세미나에서 훔볼트포럼은 160점의 소장품으로 60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현대 예술을 접목시키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전시 콘셉트가 상당히 진행된 중국관, 일본관과 비교해 면적만 작게 할당 됐을 뿐 거의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독일 측, 한국 측의 쌍방 과실인 셈이다.

독일 현지에선 주독 한국문화원이 훔볼트포럼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한국관 전시에 관심을 가져온 KF는 한국관 논란이 벌어진 뒤 오히려 세미나 지원을 중단했다.

면적의 추가 확보를 위해 한국문화원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미 아시아관의 전체적인 공간의 배치는 오래전에 짜인 상황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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