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외국인 수용책 이대로 좋은가
코로나19 속 혐오·배제 vs 포용·연대 시험대 올라
정주지향 이주민·외국근로자 이방인 취급 말아야

△농촌·3D업종 구인난 심화

“지난해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모르겠네요.”

충남에서 돼지농가를 운영하는 이 모(43) 씨는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군분투했던 한 해”라고 2020년을 정의했다. 2014년 귀향해 양돈 농가를 운영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이토록 힘겨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자 체류 실태·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기준 고용허가제(E-9)와 방문취업(H-2) 등의 자격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취업자는 84만7천여 명으로 2019년(86만3천여 명)보다 1.8%(1만5천여 명) 줄었다. 특히 외국인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같은 기간 12.4%(4만1천여 명) 감소한 28만8천여 명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국인 유입 자체가 줄었고, 특히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제조업과 건설업, 숙박·음식업 등의 분야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올해 상황도 낙관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농번기에 맞춰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입국한 단기 근로자는 2015년 19명에서 2019년 3천6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역시 단기취업이나 계절근로 비자로 입국한 단기근로자는 5천 명에 이르렀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차질을 빚었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45%에 해당하는 37만7천여 명이 몸담은 제조업 분야도 일손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국내 체류 외국인이 줄면서 역설적으로 이들이 그동안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던 존재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인력난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가 일손이 부족한 분야에 한해 내국인 고용을 유도하고 관련 보조금을 마련하는 등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인구절벽 극복사례는

1980년대 초 대도시의 초등학생들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다. 한 반의 학생이 60∼70명인데도 교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1990년대 초부터 3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빚어낸 인구절벽을 먼저 겪었던 외국은 어떻게 넘겼을까.

서유럽 국가 대부분은 인구절벽을 1960∼70년대에 겪었고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가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호를 열어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독일이나 스웨덴 등은 적극적으로 폈다.

하지만 유럽 국가를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럽국가 대부분이 유럽연합의 울타리에 속해 노동 시장이 서로 개방돼 있다. 인구가 비교적 많은 폴란드나 EU 준회원국인 루마니아 국민들이 일손이 모자란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동남아 국민을 데려와 일손을 충당하고 되돌려 보낼 뿐이지 국민이나 영구 거주자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의 이민정책, 외국인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할지 아직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적정 인구 규모를 놓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다문화 정책’을 ‘외국인 수용 정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김연홍 한국산업인력공단 차장은 “인구 감소가 시작된 지금 경제 규모를 현 상태로 유지하려면 외국 인력 유입이 불가피하다”면서 “누구를 얼마나 받아들여야 할지, 이들과 잘 어울려 살 것인지를 화두로 삼아 중장기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외국인을 얼마나 데려오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정책은 외국인들과 어떻게 통합해 잘 지내야 할지를 정하는 사회통합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면서 “이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실행해야 효과가 나는 만큼 어느 한쪽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사망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의 숙소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사망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의 숙소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혐오와 배제 현상이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다문화와 외국인 배제 분위기는 이주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이들 상당수를 떠나게 했고, 코로나19로 신규 입국자도 줄어들면서 농축산업·제조업·건설업 등 산업 현장에서 인력 공백 현상이 심화했다.

정부는 올해 고용허가제로 도입할 외국 인력이 5만2천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부터 유지해온 5만6천 명에서 처음으로 4천 명이 줄어든 숫자다.

벌써 산업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이 끊겨 고질적인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데 쿼터를 줄이는 게 무슨 도움이 되냐는 냉소다.

축산업·어업 현장에서는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외국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정책적·외교적인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서비스업의 고용 허가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택배업의 경우는 허가 인원이 제로다.

한편,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수용성은 2015년 54점에서 2018년 52.8점으로 줄어들었다. 다문화 인구는 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려는 인식은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은 "외국 인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서는 쿼터를 늘이고 취업 분야를 확대하는 정책적 배려도 중요하지만 고용현장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더 시급하다"며 "잠깐 쓰고 버리는 물건인 것처럼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업주 처벌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주민과 다문화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 개선 운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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