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데드크로스'에 청년은 담담…"이미 예상했던 일"
단기성 현금 지원 아닌 육아휴직·돌봄 등 대책 주문
`실패작' 된 저출산 대응 15년…장기적 관점서 재설계해야  
직장 내 성평등 구축·대안가족 인정 등 인식 전환도 필요

 

 "`인구 데드크로스'? 놀라기는 했지만 제 개인의 삶에 위기감이 느껴지지는 않네요."(27세 직장인 윤소미씨)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봐요. 사회도, 경제도 전혀 청년층이 미래를 꿈꿀 만한 상황이 아닌데 마음 편히 아이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29세 취업준비생 김모씨)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며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는 이 현상이 지난해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당초 예상보다 발생이 앞당겨진 `인구 재앙'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막상 20·30대 청년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육아휴직하면 한직 행"

서울 양천구에 사는 여성 직장인 윤소미(27)씨는 11일 현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나 역시 아이를 낳을 생각을 접은 지 오래됐다"고 털어놓았다.

윤씨는 "치솟는 집값 등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이지만 능력 있는 여자 선배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오니 한직으로 밀려나고, 남성은 애초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그런 상황이 내 미래가 된다면 두렵다"고 했다.

윤소미씨는 "정부 대책은 늘 단기성 현금 지원 위주라 와닿지 않는다""저출산에만 집중하는 대책이 아니라 출산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해 삶의 질 전반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황인식(27)씨는 "단순 지원보다 안전한 사회와 경제 등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조건이 조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세상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말이 실제 선택으로 나타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적 변화를 강조한다.

대학원생 채씨는 "출산과 육아를 개인, 특히 여성의 부담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출산율이 올라갈 수 없다고 본다""장기적으로 돌봄 문제를 국가와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과 경력이 대립하는 상황을 10년 전에도 지적받은 것 같은데 아직 해결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 정책 한계 실감

지난해 국내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들며 우려해왔던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밑도는 현상)가 사상 처음 발생했다.

정부도 저간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지닌 한계를 실감하고 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세부 방안을 면밀히 따져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인구대책 핵심 기구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향후 5년간 적용될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하면서 "저출산은 복합적으로 얽힌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로, 문제의 일면만 보고 세우는 대책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1·2차 계획 당시 내세웠던 `목표 출산율' 대신 아동·청년·은퇴세대 등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한국인구학회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1"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할 때 예산을 투입해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주력하는 게 문제"라며 "단순히 아동 돌봄에 얼마, 노인 돌봄에 얼마를 더 지원하겠다는 식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도 "결혼이 기피 대상이 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노동시장의 불합리함에 근거한다""지나친 학벌주의와 경쟁, 직장에서의 성차별 등이 해결되지 않고 `수당을 주겠다'고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자녀 갖는 일 원하는 일 위협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별 정책에서 여전히 여성과 남성을 `함께 일하고 돌보는' 당사자로 보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여성이 임신·출산·양육기에 노동시장 내 지위를 유지하는 정책들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67%는 자녀를 갖는 일이 원하는 일을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별 정책에서 여전히 여성과 남성을 `함께 일하고 돌보는' 당사자로 보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여성이 임신·출산·양육기에 노동시장 내 지위를 유지하는 정책들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67%는 자녀를 갖는 일이 원하는 일을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 교수는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를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성인'이라 전제하고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돌봄 책임을 면제받는 남성 노동자를 전제로 한 기존 패러다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기수 교수는 "지금 세대는 내 아이가 남들보다 불리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출산 여부를 결정한다고 본다""결국 공정하고 평등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게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고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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