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70여년 만에 무죄 감사” 오형률 행불인 아내 현경아 할머니의 눈물

‘저승과 이승의 갈림길’에 놓였던 101세 할머니가 21일 평생의 한을 풀며 눈물을 글썽였다.

현경아 할머니는 70여년 전 제주4·3 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故 오형률 씨의 아내다.

현 할머니는 이날 제주지방법원에서 행불인 희생자 재심 사건에서 남편이 무죄를 선고받자 “죽기 전에 마음 속 응어리를 어느 정도는 풀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현경아 할머니의 남편은 어디에서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어 가족 공동묘지에 비석만 있다.

현 할머니는 “남편을 잃고 3남매를 키우면서 너무나도 어렵게 살아왔다. 아이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언제 죽었는지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오늘 남편이 너무나 그립고 생각난다”고 말했다.

현 할머니의 딸인 오정희 전 제주도의원은 “아버지는 형무소로 끌려간 뒤 소식이 없었다. 평소 어머니는 ‘남편 시체만 찾아 봉분을 만들어주면 내일 죽어도 좋다. 그렇지 못하면 내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의 70년 동안 응어리졌던 가슴이 오늘 한결 가벼워 질 것이다”며 “오늘 무죄 판결을 한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명진 할아버지(89)는 “형님(서용호)이 끌려간 뒤 자식들도 연좌제로 공직생활을 못하는 등 많은 피해를 봤다”며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오늘 무죄로 형님이 죄를 벗었다. 제주도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행불인 희생자는 총 10명이다. 향후 330명의 재심도 남아있는데 대부분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서 수감돼 있던 중 형무소에서 병들어 사망하거나 한국전쟁 발발 직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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