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벽으로 가려진 화난시장…‘코로나 폭로 영웅’ 리원량 흔적 없어 

초기 비난받던 공산당 서방 혼란 틈타 회생…비판 목소리 철저 통제

 

이제 1년이네요. 우리에게 봉쇄 1년이 되는 날은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어요.”

중국 후베(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리()씨는 우한 봉쇄 1주년이라는 말에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전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처음으로 우한 전체가 봉쇄된 76일간 리씨는 자원봉사자로 나서 차를 끌고 다니며 아비규환이 된 도시를 오가며 환자들을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작년 4월 봉쇄가 풀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우한 사람들에게 남은 상흔은 깊어 보였다.

흔적 없는 화난시장외면받는 열사리원량

오는 23일 우한 봉쇄 1주년을 앞두고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장 먼저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라고 할 수 있는 우한을 1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당국은 높은 장벽을 둘러치고도 민감한 장소인 이곳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도심에 있는 옛 화난수산시장이 높이 3m가 넘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연합]

코로나19라는 새 질병 확산을 경고했지만 불행히도 이 병에 희생된 고 리원량(李文亮·19862020) 의사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가로부터 열사칭호까지 받았지만 안과 의사이던 리원량이 생전 일한 우한중심병원 3층 진료실이나 1층의 병원 홍보 전시관 어디서도 그를 기리는 자료를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많은 우한 시민이 여전히 그를 마음속에 기리고 있었다. 병원 직원 정()씨는 그는 매우 훌륭하고 좋은 의사였다이 사람은 마음이 넓어 백성들을 생각한 진정한 인민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4만 가구 잔치까지봉쇄 전 무슨 일 벌어졌나

작년 123일 시작된 우한 봉쇄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팬데믹 준비 및 대응을 위한 독립적 패널’(IPPR)18(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작년) 1월 중국의 지방 및 국가 보건 당국이 공중보건 조치를 더 강력하게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201912월부터 우한의 일부 병원에서 원인 불명 폐렴환자가 급증했다.

20191230일 우한시 위건위는 각 병원에 원인 불명 폐렴 치료 업무에 관한 긴급 통지를 하달해 관련 환자 발생을 적시에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국가보건위생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그로부터 열흘가량이 지난 작년 111일에 이르면 감염자가 41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사람 간 전염은 없다. 통제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다’(人不傳人 可控可防)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어 춘제(春節·중국의 설)1주일 앞둔 118일 우한에서는 예년처럼 무려 4만 가구가 참가한 대규모 신년 잔치까지 열렸다.

 

그런데 사스 영웅중난산(鐘南山) 원사가 120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공식 발표하고서야 분위기가 급변했다. 급기야 23일 오전 0시를 기해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우한이 전격 봉쇄됐다.

작가 팡팡(方方)우한 일기에서 “‘人不傳人 可控可防이 여덟 글자가 도시를 피와 눈물로 덮고 무한한 고통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후 우한에서는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 체계가 붕괴했고, 많은 시민이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숨졌다.

공식 통계에 따르더라도 우한에서는 5만명 이상이 확진되고 3869명이 사망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 번화가 한제(漢街)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연합]

 

중국, 코로나 외부 기원설본격 주장하며 역공

하지만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반전의 기회를 포착했다.

중국은 타국보다 먼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사회를 정상화한 것을 체제 우수성에 따른 결과라고 선전한다. 또 헌신적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모습, 최고 지도부의 관심 등을 크게 부각하면서 코로나19 극복 과정을 승리로 미화시키려 한다.

초기 대처 미흡 책임은 일부 관료주의에 찌든 지방의 관리들에게로 돌려졌다.

서방 세계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실제 많은 보통 중국인 사이에서는 자국의 코로나 대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화난시장 안경 상가 직원 펑()씨는 정부의 대책에 크게 만족한다작년 혼란스러운 상황도 있었지만 그땐 우리가 이 역병에 대해서 잘 모를 때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나아가 코로나19 중국 발원론을 부정하면서 이탈리아, 미국 같은 타국에서 코로나19가 발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역공을 편다.

이런 중국 내 여론 형성에는 비판적 목소리를 배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대처를 공개적으로 고발했던 시민 기자 여럿이 실종·구금됐다. 법원은 지난달 시민기자 장잔(張展)에게 공중소란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돌아온 우한 봉쇄 1주년은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날일 수밖에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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