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관심 부상·인프라 확충 절감…제주 예멘 난민사태가 남긴 것
난민 등 외국인 혐오 금지 방안 논의도 시작
“혼란스러운 분위기였죠.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추방해야 하는 사람을 왜 도와주냐’고 협박한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식당을 찾아와 좋은 일 한다고 응원한 이도 있었고요.”
제주도 제주시에서 할랄 음식점 ‘아살람’을 운영하는 하민경(42) 씨는 2018년 봄 무렵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을 위해 자신이 무용 연습실로 쓰던 100㎡ 규모의 공간을 흔쾌히 내줬다. 석 달 넘게 100여 명의 난민이 이곳에서 살았다.
하 씨는 여기서 알게 된 예멘인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39) 씨를 식당 주방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고, 2019년 4월에는 그와 결혼식을 올리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하 씨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도 난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많은 선입견을 지닌 채로 살았을 것”이라며 “초반에 두려움을 갖던 마을 주민도 이제는 이웃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게 된 난민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떠났지만 여전히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제주를 찾는다”며 “전쟁 중인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018년 제주 난민 사태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난민 문제에 주목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당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인정 신청서를 냈고, 이 중 인정 2명과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등 85.4%에 해당하는 414명이 정식으로 제주에 살 수 있게 됐다.
수백 명의 난민이 입국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제주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수용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70만 명 넘게 동의하며 당시 역대 최다 청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난민법 폐지와 제주 예멘인 송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정지원 제주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를 둘러싼 갈등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무분별한 이방인 혐오를 규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