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칭송보다 현장에서 존중해주길”…무력감·우울 시달려

탈진해 무릎 꿇은 의료진.[연합]

 “‘영웅이란 이유로 항상 피해를 받아야 하고 전사라는 이유로 총받이가 돼야 하나요?”(대구 한 사립대병원 간호사 A)

무기력감과 우울감, 지치는 것, 끝이 보이지 않아요.”(국립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 B)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동안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심각한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의료진 319명 중 절반 가까운 158(49.5%)이 자살 위험성을 보였다. 우울(41.2%)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28.2%) 등 증상을 겪었다는 응답도 많았고, 심리적 부담으로 높은 수준의 '정서적 소진'을 보인 이들도 30.1%에 달했다.

특히 의료진은 병원 밖에서 자신들에게 영웅’, ‘전사등 수식어가 붙고 덕분에 챌린지가 진행되는 등 찬사를 받은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한 국립대병원 간호사는 힘들게 일했는데 병원에서는 너희들이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식으로 간호사를 대하니까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수고에 대한 인정과 존중 없이 이렇게 막 굴리는 것은 그냥 착취라고 말했다.

사립대병원에서 간호보조일을 하는 C씨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가면 환자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손가락질하면서 여기 닦아라, 저기 닦아라말하곤 했다복도에 대변을 보고 도망간 분도 있었다고 했다.

대구의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한 한 간호사는 우울감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간호협회에서 하는 전화상담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비전문가 같은 분이 전화를 받더라라고 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사회가 보건의료 종사자를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노동과 안전보건의 권리를 가진 노동자로 바라봐야 한다코로나19라는 위험 요인의 제거가 불가능한 만큼 노동자들이 최대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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