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50명 출근한 면세점 손님은 달랑 10명
“현금다발 왕서방은 옛말” 코로나 늪 빠진 카지노
“내국인 눈높이 맞춘 수용태세 확립하면 외국인도 만족”

한산한 모습의 제주 누웨마루 거리 [연합] 

지난해 2월 4일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단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제주국제공항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전의 모습은 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제주와 중국·일본·태국·대만·말레이시아 등을 잇는 노선이 차례로 끊기며 국제선 항공기 운항이 올스톱됐다.

제주는 지난 1년간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누적 관광객은 1천23만6천104명(잠정치)으로, 이중 내국인 관광객이 전체의 97.9%인 1천2만3천337명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21만2천767명으로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제주 관광에서 내국인 관광객은 ‘큰 손’, ‘귀하신 몸’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이달 말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이 아닌 내년 연말 또는 그 이후가 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면세점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5일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일부 매장의 영업을 재개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전체 350여개 브랜드 가운데 120여개의 브랜드의 매장만 문을 열었다. 전체 1천200여명 직원 가운데 150여명 가량이 출근하고 있다. 1월 현재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가 10여명에 그치는 상황이다. 하루 매출은 3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면세점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제주엔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3자 반송과 면세재고품 내수 판매 등도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주 카지노 [연합] 

이른바 ‘현금다발 왕서방’들이 찾는 대형 카지노라고 해도 그 위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3일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8개 카지노는 690억원(잠정)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2019년 1천903억원에 견줘 63.7% 감소했다. 도내 8개 카지노가 올린 수익이 대략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카지노의 위기가 관광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상공인 특별 융자로 지원되는 제주관광진흥기금의 70% 이상이 도내 8개 카지노가 조달하고 있다. 관광진흥기금은 제주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운용되며,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불러오는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융자 기금으로도 투입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주도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지원한 관광진흥기금 융자 총액만 1천797억원에 이른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정부가 외화 수입을 창출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사행산업이 아닌 관광산업으로 분리하고, 어려운 시기에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주 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소비 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같은 젊은 층은 물론 연령별,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화 전략까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내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맞춰 제주만의 질 높은 관광 수용태세를 확립한다면, 차후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돼 제주를 찾은 외국인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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