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록-표선면사무소

올해로 공무원 3년 차에 접어든다. 2018년 9월 실무수습으로 성산읍 4개월, 임용 후 시청 1년, 지금 표선면은 1년 2개월간 근무 중이다. 2018년부터 시작된 직장생활이 어느덧 3년이나 흘러 이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돌아보면 실무수습 첫 발령지였던 성산읍사무소부터 지금의 표선면사무소까지 읍면지역을 조금 더 많이 근무했다. 시청도 실과마다 업무 분위기가 다르고 읍면 사무소도 지역마다 혹은 팀마다 업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시청과 읍면 사무소 업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원인 접촉 빈도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시청이든 읍면 사무소든 똑같이 민원인을 응대하고 민원업무 처리 해결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부분은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은 누구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을 찾는 법이기 때문에 방문 빈도는 읍면 사무소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표선면사무소에 발령받았을 때 처음 맡은 업무가 공공근로 일자리 모집선발과 공익직불제를 신청 접수하는 일이었다. 공공근로사업에서는 표선면 전체 16명의 근로자를 선발했는데 총 76명의 지원서를 신청받았고 공익직불제는 표선면 전체 1,896건을 접수했다. 이 모든 것이 두 달간 내가 신청받고 접수했던 민원 건수들이다. 물론 그 많은 민원을 전부 혼자 응대하거나 처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청 근무 이후 첫 면사무소 근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근무 환경 또는 업무 풍경을 꼽으라면 민원업무 처리 건수 혹은 민원인 대면 접촉 빈도라고 할 수 있다.
 표선면사무소에서 1년 중 가장 많이 내뱉었던 말이“삼춘~ 무슨 일로 오션마씸? 어떤 일로 오셨수과?”라는 말이다. 이 말 또한 처음엔 공손히 말한다고 표준어로 “선생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이렇게 시작했던 말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편하고 친근감 있게 대화한다고 나도 모르게 제주어로 말을 붙이게 된 것이다. 소멸해 가는 제주어를 보존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편안한 소통으로 지역주민 맞춤형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익적 취지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행정기관에서 친절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시는 민원인들, 특히 고령층 어르신들께 그에 맞는 맞춤형 대화법으로“삼춘~ 무슨 일로 오션마씸?”말 한마디 내뱉고 소통하는 것이 친절이다. 업무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민원인을 향한 말 한마디, 하나의 작은 친절이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만들고 도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도 민원인이 찾아오면 첫 마디를 내뱉어보자.
“삼춘~ 무슨 일로 오션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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