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임금체불 사업장 줄었지만 건설업 가장 많아
코로나 경기침체 건설 악영향 체불 둘러싼 갈등 여전

23일 제주의 한 연립주택 공사장에서 60대 남성 A씨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고공농성을 벌여 제주 지역의 체불임금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A씨(65)는 이날 새벽 6시경 오등동 연립주택 공사장 옥상 약 17m 높이 비계 위에서 밀린 임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해당 건물의 골조공사 책임자인 A씨는 공사대금 등 1억 4천만원을 받지 못하자 고공시위를 벌인 것이다.

현장에서는 조합원이 A씨를 설득하는 한편 소방과 경찰은 에어매트를 깔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가 “체불된 임금은 다음달 중으로 전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A씨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수차례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오죽하면 이 나이 먹고 고공시위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12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8천만원씩 총 2억4천만원을 받기로 건설사와 합의했지만, 한 차례만 지급되고 잔여 임금은 아직 받지 못했다.

A씨는 “공사에 투입된 본인이 데리고 있던 직원들만 15명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임금을 줬다”며 “돈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내 업종별 임금체불은 건설업이 39.6%로 가장 많다.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은 162억원으로, 전년 170억원보다 4.9%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고용노동부에 당사자가 신고한 것만 합산한 것으로 신고하지 않은 액수까지 포함하면 체불 임금 총액과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 역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주 관광객 감소 및 매수심리 위축 등에 따른 개발사업 부진 등 건설경기 악화로 이어지면서 도내 곳곳에서 임금체불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