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용 임복환 시인의 잠꼬대 “저승 가는 길”을 훔쳐본다.
1983년도 11월초 어느 날 밤.

과거 경찰 복장 비슷한 연푸른색의 옷을 입고, 모자도 경찰 모 비슷한데 모자 색깔은 옷 색깔과 비슷하다. 그런 모습의 두 사람이 잠자리에 와 따라오라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지만, 무조건 따라 오라고만 하기에 반항 한마디 못하고 그냥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걸어가고 있는 길은 황토로 깔린 신작로인데 깨끗하게 정돈된 도로다.

▶무작정 따라 가다보니 여기저기서 한 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수백 명이다.
그 속에는 절친한 친구동생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 동생이 반기면서 구슬 3개(파란구슬, 노란구슬, 빨간구슬)를 준다. 그냥 무심코 덥석 받아 넣었다.

그러고 한참을 가는데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길을 함께 가던 사람들이 돌아서서 큰 절을 한번씩 하고서 어떤 이는 좌측 길로, 어떤 이는 우측 길로 가는 것이다.

누가 이리가라 저리가라 인도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들 알아서 간다.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는 그 순간 동생이 준 구슬 생각이 났다.
파란 구슬 하나를 하늘 위로 던져 입으로 받아 삼켰다.

▶그 순간 악∼하고 저승길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다음날 낮 12시 넘어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너무나 그 저승길이 생생했다.
생각에 잠겼다. 저승 가는 길에 좌우로 갈리진 길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천당과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임에 틀림 없었다.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는데, 천당과 지옥사는 길을 스스로 알아서 거리낌 없이 아주 자유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 의아스럽다.

저승에서 천당과 지옥 가는 것은 하느님만이 정해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인간은 태어날 때 순수한 천사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저승길 갈 때에도 태어날 때의 그 순수한 천사의 마음으로 되돌아 간다. 죽음으로 속세의 마음을 말끔히 비워버린다.

그래서 저승길을 천사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심판하는 것인가 보다. 아무렴 천당과 지옥’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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