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보호관리주의와 보전주의는 다르다. 전자는 인간이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자연환경이 착취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자연을 파괴하거나 좀먹는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자는 같은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르다.

보호관리주의자들의 윤리적 근거는 매우 간단 명료하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 즉 자연은 도구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반면 보전주의자들은 야생지가 그 자체 목적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야생지는 인간의 이용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목적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테 국립공원에 인접한 헤츠헤치 계곡에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려는 제안을 놓고 두 이론은 갈린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키포드 핀쇼와 존 뮤어가 있었다. 핀쇼는 산림청장으로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임업관리가의 한사람이었다.

그는 또한 환경보호운동의 창시자이자 지도자였다. 핀쇼는 저수지를 건설하려는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의 계획을 지지한다. 공유지는 대중의 필요와 사용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뮤어는 시에라 클럽의 창시자이자 자연보전운동의 대변자였다. 그는 헤츠헤치 계곡을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뮤어는 야생의 정신적·심미적 가치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는 각종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그리고 그것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마다 비장한 마음으로 개발의 의미를 묻게된다. 개발을 보전의 문제와 어떻게 조화스럽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또 하나의 과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자연보전의 문제를 놓고 생활의 질을 논의할 때가 됐다. 유휴자원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하여 그것이 대다수 주민들의 복지향상으로 곧 바로 연결될 수 있느냐 하는 점 못지 않게, 그 미명아래 자행될 자연파괴도 경계해야 한다. 개발의 진정한 의미는 보전의 이념과 상치되지 않을 때 비로소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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