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매니아가 있었다. 수 십 마리 원숭이를 기르며 함께 살았다. 그래서 그를 저공(狙公)이라 불렀다. 저(狙)는 원숭이의 뜻글자다. 교활한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이미 알려진 전국시대 송(宋)나라 사람이야기다.
저공은 가세가 기울어 원숭이 식량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렇지만 원숭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원숭이를 내칠 수가 없었다.

양식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원숭이들을 불러모았다. 양식을 줄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는 세 알, 저녁에는 네 알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안된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는 네 알을 주고 저녁에는 세 알을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열자(列子)의 황제편(黃帝篇)에 나오는 고사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연유다.
0 '아침 세알, 저녁 네 알'이나 '아침 네 알, 저녁 세 알'은 실제는 같은 수다. 하루 일곱 알의 도토리 공급량엔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숭이들은 왜 아침 세 알(朝三)에는 화를 내고 아침  네 알(暮四)엔 손뼉치며 기뻐했을까.
눈앞의 이익만을 계산하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빗댄 발이다.

얄팍한 꾀로 어리석은 사람들을 농락하고 사술(詐術)로 남을 속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권력이나 돈이나 학식 등 소위 힘있고 가진 자들이 상대적 약자들을 우롱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농락하는 것을 말할 때 쓰인다.

0 대한항공이 주말.성수기 국내선 항공요금을 8%에서 13%까지 올려놓고 여기에서 제주도민에 한해 10%를 내려주겠다고 생색을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활한 저공이 숫자로 원숭이의 양식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는 야바위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묘한 숫자 놀음으로 도민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10%인하라는 눈앞의 도토리에 현혹되어 박수나 치며 기뻐한다면 어리석은 원숭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인상률은 잊어버리고 인하율에만 매달려 감지덕지 한다면 이는 바로 현대판 조삼모사(朝三暮四)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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