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   김   관   후

 "피고인은 진짜 교수인가, 가짜 교수인가? 독일에서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 어떤 신분이었나. 봉급은 받았나? 얼마나 받았나? 아… 나는 독일 말을 모르니 나중에 따로 써주세요!" 이 말은 누가 한 말인가?

취조실에서 승강이를 부리며 경찰관이 내뱉는 말이 아니다. 법정에서, 제주출신 뮌스터 대학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검사와 판사는 시종일관 "피고인이 진짜 교수냐 가짜 교수냐"부터 "독일에서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 어떤 신분이었느냐" "봉급은 받았느냐" "얼마나 받았느냐" 등 재판과 관계없는 사안에 매달렸다. 법정은 스스로 무식과 편견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말았다.   

  재판이 끝난 후 독일 출신 한스 에버하르트 슐츠 인권변호사는 "중세 마녀사냥을 보는 느낌"이라며 방청소감을 밝혔다. 그는 "송 교수의 저서는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읽혔는데도 오직 한국에서만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하였다.

한편, 송 교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해외 저명인사들의 서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엄 촘스키 교수, 하워드 진 교수,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 세계적 철학자 위르게 하버마스 교수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사들이다.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독일 사회 각계 인사는 우리정부에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일본 지식인들은 송 교수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또 미국 뉴욕 플러싱 소재 서울플라자 영빈관에서 송 교수 석방을 위해 '북미주 대책위 발족식'을 갖고 본격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북미주 대책위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주 지역 11개 단체가 등록하였다.

그리고 송 교수는 국제엠네스티가 정한 비폭력 양심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주에서도 그의 석방과 귀향을 위한 제주모임을 결성하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우리가 송두율 교수를 '친북반남'의 인사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송 교수 사건은 한국사회가 분단과 냉전의 퇴영적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화해와 통합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역사적 분수령이다.

독일 언론은 "서울에 지금 매카시가 살아서 활동한다"면서 한국의 정보기관과 야당, 그리고 일부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직도 이 땅에는 지긋 지긋한 ‘레드 컴플렉스’가 판을 치고 있는가?

진실과 정의가 실종됐던 이 땅에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이 도민들에게 사과를 해 인권과 평화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족적 양심과 학문적 양심을 갖고 독일에서 활동해 온  송 교수가 스스로 입국했으나 대한민국은 그를 따뜻하게 환대하기는커녕 구치소에 수감하였다. 아아, 우리가 평화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먼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가. 

송두율 교수는 이미,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하였다. 독일 땅에 있으면서,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남북의 화해와 협력, 통일의 촉진을 위해서 수많은 공헌하였다.

대통령도 송 교수의 민주화운동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2003년 10월 13일의 국정연설에서 "송 교수의 수사와 처분문제는 분단시대의 극단적인 대결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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