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반 밖에 없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
같은 사물을 놓고 사람의 사고방식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름을 얘기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두고 비관론자는 전자(前者)의, 낙관론자는 후자(後者)의 태도를 보일 것이다.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시ㆍ군 공무원들의 입이 나온 상태다. 자치권을 가질 때와 비교해 인원은 대폭 줄어든 반면 업무는 그대로여서 결국 고생문이 열렸다는 불만이다.
일부에서는 “좋은 일은 도청이 가져가고 궂은 업무는 행정시에 떠맡겼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현 시ㆍ군의 시책이 각기 다른 점을 감안하면 줄어든 인원으로 통합업무 감당에 부담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편하게 일하며 국가의 녹을 먹는 것을 부러워 할 일은 아니다. 공직에 투신한 목적은 대민(對民) 봉사이지 단순한 호구지책만은 아니지 않는가. 업무량이 늘어 몸은 피곤해도 보람은 커진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도청은 배경있는 공무원들이 가는 기관이라는 피해의식도 버려야 한다. 기획 업무가 폼날지는 몰라도 풋풋한 정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곳은 대민 부서다.
한 제주시청 직원은 “현장을 모르는 직원은 공무원 자격이 없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일선근무에 자긍심을 나타냈다.
특히 행정체제가 개편된 마당에 근무부서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향후 도청-행정시-읍.면.동 간 인사 순환은 빈번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의 처세술은 주어진 여건과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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