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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도정이 취임 한 달을 넘겼다. 그러나 이 한 달을 놓고 ‘김태환 도정 1개월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
사실 김지사는 지난 한 달간 제대로운 업무 파악도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그만큼 영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취임하자마자 불거진 대한항공 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건교부와 대한항공을 오고가면서 절충을 벌였고 청와대 등 중앙부처를 방문, 제주의 현안들을 챙기는 일정으로 쉴 틈이 없었다.
그래도 굳이 평가하자면 김태환 도정 1개월은 “바람처럼 부지런했지만 움켜쥘 수 없는 바람처럼 아무 것도 손에 잡힌 것 없는 한 달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실속 없는 부지런’이나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소리로 들릴 터이지만 그속에는 “그런 부지런함으로 제주도정의 실속을 챙겨야 할 것”이라는 김도정에 대한 애정있는 주문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거기에는 또 “김태환 도정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담겨 있다.
전임이 어질러놓은 난장(亂場)의 ‘설거지 역’을 뛰어넘어 “뚜렷한 자신의 색깔과 목소리로 당당하게 도정을 이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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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는 시장.군수와 다른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거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미지근한 현상유지나 유야무야는 곤란하다.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긴 안목과 깊은 통찰력, 제주발전에 확신이 선다면 흔들림 없이 소신껏 이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리더십이 치열한 경쟁시대를 극복해야 할 제주도지사의 숙명이자 덕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도정은 확고한 자신만의 도정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조급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확실한 계획의 나열이나 양산보다는 현안에서 확실한 로드맵을 그려야 할 것이다.

지금 제주는 혼란스럽다. 정체성의 위기에 놓여 있다. 도대체 제주도의 미래가 무엇이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민들은 헷갈리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니, 특별자치도(지방자치시범도)니, 지방분권 등 행정구조개편이니, 내용도 애매하고 개념도 모호한 용어들이 요란한 화장발로 덧칠하고 도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김도정은 우선 이런 것들의 개념부터 정립해나가야 한다. 이들이 제주발전에 어떻게 접목되고 기여할지 등을 도민이 알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도민들은 내용을 모른 채 학자 등 몇몇 소수 전문가 그룹의 입에 따라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제주의 발전 전략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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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도정이 경계해야 할 일은 지나친 온정주의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도민 통합 또는 화합과 상생이라는 허울좋은 구실로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조직의 갈등과 분화만 부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지사는 속이야 어떻든 겉 이미지는 유연하고 겸손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부지런하고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친화력도 대단하다. 이것은 김지사의 자산이면서 최고의 장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유연과 겸손’이 나약으로 비쳐지고 ‘아우르는 친화력’이 무분별과 무소신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장점이라기보다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김지사의 인사작품에 대한 평가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비난도 두려워 말아야 한다. 그것이 도정발전과 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갓 취임 1개월을 넘긴 ‘김태환 도정’에 보내는 주문은 각별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부지런한 1개월’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 소리 보다 쓴 소리를 담아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커서다.

향후 2년간의 ‘김태환 도정’이 도민들로부터 뜨거운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다시 힘차게 뛰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전제는 ‘김태환 도정의 정체성 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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