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됐던 공무원 중용 안도

김태환 지사 취임후 두 번의 인사를 보면서 안도가 되는 것은 ‘균형적 조직관리’의 면모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두 번의 인사에서 과감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가운데서도 특히 하위직에서 전임 시절 불이익을 받아왔던 공무원을 몇몇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은 지금까지 피해를 본 공무원에게 보상을 해줌으로써, 한쪽으로만 기울던 조직의 중심을 바로 잡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잊고 이를 덮어주는 게 미덕이긴 하지만, 오늘의 도정에서 과거를 덮고 가기에는 그 행태가 못돼도 한 참은 못된지라 함부로 덮고 갈 수 없는데 오늘 김 도정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과거를 덮고 가려면, 잘못을 저지른자가 이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후 화해의 악수를 나는 의식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 진지한 ‘의식의 제례’없이 무턱대고 덮고 감싸려하는 것은, 잘못된 과거로 하여 미래마저 잃게 하는 우(愚)를 범하게 할 뿐이다.

한 실세의 구차스러운 얘기

전임 지사시절, 저질러진 인사횡포는 새 도정이 들어선 후 최대의 화제임은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는 얘깃거리로, 혹은 ‘반면교사’로 되새김질 될 것이다. 그 이야기의 ‘생산공장’은 전임자의 줄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6년 동안 승진은커녕, 변두리 ‘담당’으로만 보낸 공무원 그들 스스로이거나 그 가족만이 아닌, 주변에서 이를 보아온 동료 공무원들이기 때문, 이들의 흡사 소설 같은 이야기는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우물물처럼 끝이 없다.

특히 그 이야기가 여성인 기능직으로 ‘장’이 바뀌면 이야기는 상상을 절하는 한 ‘실세’의 구차한 얘기로 돌아선다. 이것은 저들과 반대편에 선 그 기능직의 먼 친척이 실세인 인사담당자에게 우연하게 ‘발각’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인사이동 된 한 여성 공무원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가 되면 무림의 고수가 코흘리개를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코미디 중 백미를 감상하고 있음이다.

이들의 인사 횡포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들에 동조하지 않는 반대편 공무원들은 변두리 신세로 전락 시켜버린 것만이 아니라, ‘이너 서클’이 작성한 감시감독 대상 명단에 올라 늘 감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처럼(실제로 이렇게 비유하는 이가 있었다) 누구와 차를 마셔도 그 ‘이너 서클’의 책임자에게 보고되고, 그와 함께 있었던 공무원까지 감시의 대상이 되곤 했다는 얘기는 몇 번을 반복해 들어 이젠 재미가 덜하다.

이들은 그 ‘변두리 공무원’들이 울분을 씹고 있을 때 전임지사의 권력이 쳐놓은 보호 울타리 안에서 희희낙락 거리면서 못된 짓은 짓대로 다했다. 업계와 밀착해 도지사 선거에서 표를 몰아주기 위해 보조금과 융자금을 갖고 업계의 주민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만들어 내는 노력들을 서로 경쟁하다 시피 했다 한다.

어느 공무원은 업계에 거들먹거리고 밀착하고 편을 가르고 한 관계로 민원인에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니, 그들 중 누구 한사람인들 권력에 붙어 호가호위할 때 ‘낙엽지는 쓸쓸한 가을’을 생각했겠는가?

도민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

이들이 어느 조합장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들이고 심지어는 어느 마을 이장 선거까지 개입한 통칭 ‘정치공무원’이 아니고 누군가? 이들의 발군의 능력은, 도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거나 추진하는데 있지 않고 오직 도지사 한사람의 선거에서의 당선을 위해 주민들을 철저하게 ‘내 편과 적군 편’ 중 하나로 ‘성분’을 분석하고 이들을 선거에서 자기편으로 회유하는 데 있었으니, 전임지사에겐 무한한 기쁨이 됐을지언정, 도민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 공무원은 어디 있는가? 오늘 반성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대성통곡하고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제 다시 어떻게 하면 현재의 권력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설 것인가 하고 그 감시감독의 ‘총기(聰氣)’와 주민 성분분석의 ‘능력’으로 오늘도 온갖 궁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새 도정이 제일 먼저 단절돼야 하는 게 과거 인사의 횡포라고 하고, 두 번의 인사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면, 후한 점수를 주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그런데도 균형성에서 안도할 정도라고 한 것은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미리 옮기는’ 조심스러움이 일단 보이기 때문이다. “화근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충고는 동서고금을 통해 지도자에겐 항상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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