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주지역 징병검사가 지난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제주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에서 있었다. 이때 징병검사를 받은 사람은 3천 2백여명 정도이다. 필자는 올해 징병검사 전과정을 책임진 징병관으로서 징병검사장을 운영하면서 새롭게 느낀점을 이기회를 빌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인생의 황금기인 20대의 젊은시기에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그만큼 부담스러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되도록이면 회피할려고 할 것이며 그런 생각 자체가 어쩌면 당연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징병검사를 실시하면서 그런 상상은 저 혼자만의 잘못된 편견이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징병검사실시 과정에서 보충역(공익근무대상)으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이 하는 말 “저 보충역 싫은데요, 현역으로 갈 수 없나요?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그리고 제2국민역(보통은 “병역면제”와 같이 면제라고 표현함)으로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 또한 하는 말 “제가 면제라고요? 공익근무요원이라도 복무할 수 없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필자는 이런 젊은이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이외라는 생각과 함께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알려주는 한편 서양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면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나라는 로마제국이라고 한다. 로마제국은 약 2000년동안이나 존속했었고, 동로마가 쇠퇴할 즈음에 등장한 베네치아 공화국도 하나의 도시국가 였지만 500년이상 지중해를 제패하고 강국들 틈새에서 살아남았다. 이 두 나라가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나라에서는 권력자가 되고, 시민의 대표로서 원로원에 들어가려면 그 사회를 위해서 많은 봉사와 희생을 치르도록 제도적으로 장치가 정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조직은 위로 올라갈수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이 많은데, 이 두 나라는 위로 올라갈수록 큰 희생을 치르고 값을 지불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들은 전쟁에 직접 나가야 했고, 또한 전투에서 원로원들의 1/3이 죽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전쟁자금을 부담해야 했다. 이런 “노블리스 오블리제” 때문에 국민들은 통치자를 존경했고, 그 사회의 지도자들도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국민들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많은 계급계층이 있고, 계층마다 많은 갈등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같은 도덕정신과 선행정신이 부족하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 병무청에서는 이와 무관하지 않게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와 그 직계비속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를 제도화하여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병역면탈을 방지하고,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병역의무를 자진이행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또한 대대로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가문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병역이행 명문가를 찾아서 표창하는 선양사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면에서 본다면 앞의 두 경우에서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에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떠 올리게 하는 큰 본보기라고 여겨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의 지도자로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이라고 확신하며 그에 따라 우리의 미래도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   창   문 (제주지방병무청 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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