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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역시” 였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 원 구성을 지켜봤던 도민들의 눈초리는 차갑다. 원 구성부터 드러낸 감투싸움과 당파 싸움을 지켜본 도민들의 감정이 그렇다. 개원첫날에 보였던 제주특별자치도 도의원들의 행태는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었다.

제주도민을 위해,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몸바쳐 봉사하겠다며 머리 숙여 표를 구걸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부터 도민들은 안중에 없고 제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자치도 도의회의 개원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실망을 넘어 절망적 상황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교만과 독단은 향후 4년간 도의회운영이 얼마나 시끄럽고 비생산적이 될 것인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푸르고 싱싱한 떡잎이 건강하고 무성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매사 처음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원 구성 초기부터 보여준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의 파행을 지켜보면서 되새겨주고 싶은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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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이 같은 의회 운영의 파행과 당리당략의 역기능을 우려해 지방선거 전부터 수차례 제주특별자치도 의원 선거만큼은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도의원들이 정당에 소속되지 않아야 소신껏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고 진정 역사적인 출범을 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에 기하고 제주도민만을 위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번 특별자치도의회 개원부터의 파행도 정당간 기세싸움과 다수당의 독선 때문이었다.

만약 정당 소속이 아닌 도의원들로 의회가 구성됐다면 내부토론과 민주적 절차인 의원투표를 통해 새로운 의장단을 선출하고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수당이 떡반 나누듯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는 폐단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의 기대는 무산됐지만 그래도 원 구성에 참여하는 도의원들의 양식을 믿어 원만한 원 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아주 특별하고 도의원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도의원들은 도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밥그릇 싸움 추태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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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체제의 의회 운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정당간의 이해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여ㆍ야 합의에 의한 원 구성을 못할 리 없다. 여기에는 상대당에 대한 배려와 다수당의 양보가 전제된다. 의석 비율에 따라 의장ㆍ부의장ㆍ상임위원장을 선출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당은 독단과 전횡으로 의회를 장악하고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장을 선출하는 파행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다수의 힘으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거의 독식하려는 탐욕을 보였고 그 과정에 자중지란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가 브레이크 없는 다수당의 전횡으로 독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제주특별자치도는 특정 정당의 노리갯감이 될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 역시 특정 정당의 꼭두각시가 되어서도 아니 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1세기 제주미래 발전 전략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이를 견인할 추진엔진이나 다름없다. 특별자치도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제발 정신 차려주기 바란다. 도의원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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